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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한윤수의 '오랑캐꽃'] <203>

태국인 제다이는 부산의 어느 공장에서 일했다.
항상 으르렁거리는 태국인 동료가 있었는데 그와 싸워 코피가 터졌다.
제다이가 더 많이 맞았는데도 공장장은 오히려 그를 나무랐다.
"네가 더 잘못했어."
너무 화가 났다.
일할 마음이 없어져서 무조건 공장을 나와 서울로 올라왔다.
방콕행 비행기표를 샀다.
한국을 떠난다고 전화하자 삼촌이 말렸다.
"그냥 가면 안 돼. 돈은 받고 가야지!"
그러나 제다이의 귀에는 누구의 충고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집으로!
비행기를 탔다.

한 달쯤 지나자 후회가 밀려왔다.
삼촌에게 전화했다.
"월급 한 달 치 안 받고 왔어요. 내 돈 좀 받아주세요."

삼촌이 나를 찾아왔다.
"조카 돈 좀 받아줄 수 있을까요?"
필요한 사항을 질문했다.
"여권이 있나요?"
"아뇨. 사장님이 갖고 있대요."
"외국인 등록증은?"
"공항에서 반납했대요."
"회사 명함이 있나요?"
"없어요."
"급여명세서는?"
"없어요."
"서류라곤 아무 것도 없어요?"
"예."
"혹시 외국인등록번호는 기억하나요?"
"몰라요."
"그럼 아는 게 뭐 있어요? 자기 이름 말고!"
"부산에 있는 공장이라는 거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내가 누군지 증명할 수 없는 사람이, 주소도 모르는 회사한테, 아무것도 모르는 내용으로 돈 달라고 하면 돈 받겠어요?"
그가 되물었다.
"못 받아요?"
"못 받지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얘기는 쿨하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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