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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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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선진국

[한윤수의 '오랑캐꽃']<189>

마이클 잭슨이 죽었을 때 선배 한 분이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성형수술을 한국에서 받았으면 살았을 텐데!"
한 적이 있다.
그때 난 무릎을 쳤다. 그 말이 전혀 농으로 안 들리고 정확한 진실로 들렸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마이클 잭슨은 거듭되는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얼굴이 다 썩다시피 해서 죽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성형 의술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면 죽었겠는가? 절대로 안 죽지! 죽기는커녕 장동건처럼 미끈해졌을 것이다.
한국은 그만큼 의료 선진국이다.

한글학교 초창기 멤버인 스리랑카인 쿠무두가 석류 주스를 사들고 나타났다.
"무슨 문제 있어요?"
내가 왜 이렇게 물었냐 하면, 생전 안 나타나던 사람이 주스를 들고 나타나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기막힌 사정을 털어놓았다.
쿠무두에겐 8살짜리 딸이 있다. 이름이 한시카다. 하지만 한시카는 태어났을 때 1.2키로 밖에 안되었고 어려서부터 뇌성마비를 앓아서 한 번도 걸어보지를 못했다. 사실은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인 아이였는데, 그 애가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비록 엄마가 휠체어에 태워 다니는 학교였지만 쿠무두는 희망이 솟는 것을 느꼈고 이참에 딸을 완전히 고쳐주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한국에 와서 돈 버는 건 한시카 때문인데, 얘를 내가 완전히 고쳐주지 않으면 아빠라고 할 수 있나?"
그는 한시카를 한국에 데려올 방법을 찾았다. 한국은 의료 선진국이니까.
그의 생각에는 사장님이 보증을 서주면 한시카와 *엄마를 초청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쿠무두가 보기에 이 세상에서 최고로 높은 사람은 사장님이니까. 사장님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 보증을 서줄 게."
그러나 사장님이 보증을 선다고 초청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친구들이 충고했다.
"그러지 말고 발안으로 가봐."

▲ ⓒ한윤수

내가 보기에 딸을 초청하는 것은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의료> 목적의 단기종합비자(C-3)로 초청하면 90일까지는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 다만 3가지 서류를 구비해 스리랑카 주재 한국대사관에 내야 한다.
1.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과 맺은 치료 계약서
2. 치료비 조달능력을 입증하는 서류
3.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등록증 사본

1번과 3번과 병원에서 해주면 되고, 2번은 사장님이 해주면 될 것이다.

물론 스리랑카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이 서류를 일단 받아주어야겠지! 서류가 통과되어야 한시카가 입국할 수 있으니까. 이게 첫째 고개다.
첫째 고개도 어렵다. 하지만 첫째 고개를 넘는다 해도 더 큰 고개가 기다리고 있다. 진짜 큰 문제는 치료비니까. 아무리 딸을 사랑한다 해도 몇 푼 벌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어렵지!

어쨌든 쿠무두는 딸을 살리기 위해서 두 고개를 넘어야 한다.
첫째, 입국 고개.
둘째, 치료비 고개

그가 두 고개에서 힘겨워할 때 북돋는 손길이 있기를 기원한다.

*엄마 : 거동이 지극히 불편한 한시카를 돌보고 간호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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