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에겐 하나의 특징이 있다. 폭행을 당하면 무조건 고국으로 돌아간다. 이유는 두 가지다. 자존심이 강하기도 하지만 모욕을 참는 힘도 약하기 때문이다.
태국인 프라싯은 직장 선배들이 만지는 기계 일을 배우고 싶었다. 어깨 너머로 보고 들은 게 있어서 저 정도쯤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무리였다. 프라싯이 만지자마자 기계가 서버렸으니까. 기계는 꼼짝도 않을 뿐더러 수리공을 부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헝클어졌다. 사장님은 불같이 화가 나서 욕을 하며 손으로 프라싯의 뒤통수를 쳤다.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는 아프다기보다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그는 20킬로를 달려 발안에 왔다.
내가 물었다.
"아파요?"
그는 찡그린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요, 마음이 아파요."
"그러면 태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아니요, 회사 바꿔주세요."
태국인치고 특이하다. 돌아간다는 말이 없으니.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나는 직원에게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진단서를 끊어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이 이의를 달았다.
"안 아프다는데 진단이 나올까요?"
"우리 눈에는 상처가 안 보이지만 의사 눈에는 다 보여요."
"뒤통수잖아요? 머리카락이 다 가렸는데도 보일까요?"
"보인다니까."
내 예상대로 2주 진단이 나왔다. 병명은 <머리의 얕은 손상과 목뼈의 염좌 및 긴장>
전문가는 역시 다르다.
사장님에게 전화했다.
사장님은 나이와 경험이 많은 노련한 분이었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았느냐 하면 진단서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분위기로 모든 걸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물었다.
"직장 이동에 싸인 해줄 수 있나요?"
"생각해 보죠."
다음날 다시 전화했을 때 사장님은 직장 이동에 동의했다.
나는 일처리를 다 끝내놓고 나서 프라싯에게 물었다.
"태국 사람은 맞으면 백이면 백, 다 태국으로 돌아가는데, 프라싯은 왜 돌아가지 않죠?"
한국에 온지 3년 8개월이나 되었지만 전혀 내 말 뜻을 못 알아들어서 통역에게 전화를 걸어 결국 그 답을 듣고야 말았다
통역이 말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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