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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

[한윤수의 '오랑캐꽃']<108>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데도 우선순위가 있다.

제일 급한 것이 출입국 즉 체류(VISA) 문제이다. 조금만 늦게 처리해도 불법체류자가 되니까. 외국인들에게는 이것보다 중요한 게 없다. 체류자격이 확실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일도 잘한다.

두 번째로 급한 게 다치거나 몸이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것. 특히 산재를 당하거나 급성병에 걸리면 우선적으로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세 번째가 폭행 및 성폭행 사건이다. 폭행이나 성폭행을 당하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질 뿐 아니라 그 직장에서는 일을 못한다. 그러므로 가급적 빨리 환경을 바꿔주어야 한다.

네 번째가 직장 이동이다. 직장이 없으면 돈을 못 벌므로, 실직한 노동자에게는 직장을 잡아주는 것이 돈 받아주는 것보다 훨씬 더 급하다.

다섯 번째가 체불임금을 받아주는 것 즉 돈 문제이다. 얼핏 보면 돈을 받아주는 것이 제일 급한 것 같으나 천만의 말씀이다! 돈은 증빙자료만 있으면 어차피 받게 되어 있으니까. 더구나 돈은 시간을 가지고 달라고 해야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될수록 천천히 뜸을 들여서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한다.

여섯 번째가 보험이나 연금 환급이다. 보험이나 연금은 대개 출국 직전에 환급받게 되므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혹자는 산재 보험은 급하지 않으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재는 일찍 발생했다 하더라도 3년 안에만 신고하여 처리하면 보험금을 받으므로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일부러 처리를 늦출 필요도 없지만.

이런 우선순위를 모르고 일을 처리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낭패를 왜 보는지 실례를 들겠다.

태국 여성 동바이는 일을 잘하는 숙련공이라 회사에서는 그녀를 꼭 잡아두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1년만 일하고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망한 사장님은 1년이 되기 보름 전에 그녀를 해고했을 뿐 아니라 1년이 되기 하루 전에 떠나는 방콕행 비행기표까지 예매해주었다. 1년에서 하루만 모자라도 퇴직금을 안줘도 되므로, 둘러치든 메치든 어떡하든지 퇴직금을 안 주겠다는 뜻이었다.

그녀가 우리 센터로 찾아와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녀를 상담한 사람은 불행히도 입사한지 석 달밖에 안된 신참 F주임이었다.

퇴직금을 받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한 F주임이 동바이의 비행기표를 연기해준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동바이에게

"퇴직금 타려면 1년이 되는 날까지 일하고 그 다음날 센터로 다시 오세요."

하고 말한 것이 실수였다. 1년이 되는 날 비자가 끝나는지도 모르고!
참고로 비자기한을 하루만 넘겨도 명목상으로는 불법체류자가 된다. 더구나 다시 합법체류자로 복귀하려면 벌금을 내야 할 뿐 아니라 *복귀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 단 한 번의 잘못된 조치 때문에 F주임은 물론 동바이까지 무척 고생했다. 합법체류자가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되었으니까.
F주임은 우선적으로 동바이의 비자부터 연장해주었어야 했다. 돈을 받는 게 먼저가 아니다. 돈은 언젠가는 받는 것. 천천히 받아도 된다. 일이 정 안 풀리면 나중에 태국에 가서 외화송금계좌로 받아도 되니까!

결론을 말하겠다.
우선순위를 아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국인의 체류자격을 안정시켜 주는 것!
이것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복귀에 합당한 이유 : 직장이 없더라도 고용지원센터에서 구직필증을 받은 노동자는 합법체류자로 인정된다. 또한 노동부에 진정사건을 접수한 노동자 역시 합법으로 인정된다. 동바이는 후자에 속해 합법체류자로 복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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