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우'와 '좌'의 담합구조를 깨지 않으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우'와 '좌'의 담합구조를 깨지 않으면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1>

연재를 시작하며

저희 민족미래연구소(민미연)에서는 이번에 <프레시안>에 '민미연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약 30회의 기획 기사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1992년에 창립한 후 민족·민생·중도를 기치로 한국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어떻게 설정할까 하는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 왔습니다. 이번의 연재물은 그 결과의 하나입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겪으며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늘날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과도한 빈부격차, 고용불안, 내수침체, 경제의 대외의존성 심화 등 많은 어려운 문제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더구나 2008년 9월 미국 금융위기에서 비롯한 세계경제위기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언제 파국으로 치달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경제나 사회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고 해결하려는 많은 방안들이 모색되고 논의되고 있습니다. 복지국가론 같은 것도 그 하나이겠지요. 그러나 만족할 만한 대안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 연구소에서 하려는 것도 그런 시도 가운데의 하나입니다.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안보, 문화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저희 나름의 총체적 대안을 한번 제시해 보려 합니다.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은 본 연구소 안에서 수년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연구와 토론의 결과입니다.

집필은 본 연구소 고문인 이화여대 사학과의 강철구 교수를 비롯하여 한림대 정치행정학과의 김영명 교수 등 연구소 내외의 여러분이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연재가 끝난 후에도 이 칼럼은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통해 계속 발전시켰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민족미래연구소 소장 박찬수(동덕여대 교수)

다시 한국을 생각한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 풀기 어려운 수많은 문제들이 중첩되어 있다. 그런다고 그 해결이 쉽지도 않다. 많은 문제들이 서로 실타래 같이 얽혀있어 한 문제라도 따로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총체적인 해결책으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

몇 가지 문제를 간단히 짚어보자. 빈부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2009년에 외제 승용차는 한국에서 팔린 승용차 가운데 7%를 차지했는데 매출액으로 따지면 20%라고 한다. 한국차보다 평균 세 배나 비싼 외제차가 그만큼 많이 팔렸다는 뜻이다. 2011년의 외제차 예상 판매대수는 10만대라고 한다. 서민들로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또 주거의 고급화가 이루어지면서 수십억짜리 아파트도 이제 귀에 익은 것이 되었다.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같은, 50억이야 70억이야 하는 고급 아파트나 빌라들이 여기저기 괴물같이 들어서며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반면 집 없는 근 절반의 국민들은 폭등하는 전세 값에 불안해하고,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 도곡동의 타워 팰리스. 이런 호화로운 조상복합건물들은 부유층의 새로운 주거양식으로 환영받고 있으나 서민대중에게는 접근 불가의 영역이다.
이는 대다수 서민들이 점점 더 어려운 삶에 찌들려 있으나 다른 한 편에서 부를 구가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분명하다. 2009년의 경우 근로소득자 상위 20%의 평균 소득금액은 9,020만원인데 하위 20%는 평균 199만원이다.

1999년의 경우 각각 5,829만원과 306만원이었던 데 비교하면 약 10년 사이에 상위 20%에 해당하는 사람의 소득은 1/2 이상 늘었는데 하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1/3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게, 또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사정의 심각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노동계급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지나친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평균으로 치면 월 120만원 정도라고 하나 최저임금 수준인 80만 원대의 임금을 받는 일용직도 얼마든지 있다.

정규직은 월 평균 25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하니 연봉으로 약 3천만 원이다. 그러나 위로 올라가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되면 평균 연봉 7, 8천만 원을 받는 곳도 드물지 않다. 반면 비정규직은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절반 이하의 임금을 받으며, 또 상시적인 해고 위협을 받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다. 수십 군데씩 이력서를 들고 찾아다녀야 하나 그래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한 청년 백수의 숫자가 올해 들어와서는 100만 명이 넘을 정도이다.

취업했다고 해서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다. 기업에서 끊임없이 직원들을 들볶기 때문이다. 몇 년 못가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아야 한다. 그러니 보수도 비교적 괜찮고 평생 근무할 수 있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 시험마다 수십 대 일, 근 백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올해 9급 공채시험은 93.3대 1이다. 시험에 합격하는 극소수의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몇 년씩 재미없는 법전과 씨름하고서도 결국 고배를 마셔야 한다. 젊은이들의 아까운 정열이 허무하게 낭비되고 있다.

▲ 한 취업박람회의 모습. 취업문제는 오늘날 모든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한국사회를 병들게하는 핵심요인의 하나이다.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들이 이 비정한 세계에서 낙오하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려고 너도나도 비싼 돈을 내고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킨다. 부자들은 괜찮겠으나 중산층 이하에서는 가정경제에 큰 부담을 느낀다. 등골이 휠 지경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내 자식을 뒤쳐지게 할 수는 없으니.

학원들도 치열한 경쟁을 하니 적당히 가르쳐서는 학생들을 불러 모을 수 없다. 자연히 학생들의 요구나 관심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덕택에 정규 중등교육은 무너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 능력있는 학부모들은 특목교를 늘려 달라고 정부당국을 못살게 군다. 돈을 더 내도 좋으니 자기 자식들만이라도 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겠다는 것이다.

대학교육도 무너지고 있다. 좋은 학점을 받아야 취직에 유리하니 대학마다 좋은 학점 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A, B학점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성적에 변별력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쉬운 과목만 찾아다닌다. 또 전공 공부는 제쳐놓고 영어책이나 수험서나 끼고 산다. 몇 십 년 후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하다.

외환위기와 IMF 체제 이후 크게 늘어난 자영업자들은 이제 근 5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직장의 명예퇴직자들이 계속 늘고 일자리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열 명 가운데 한 명은 생계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그래서 해마다 수십만 명씩 도산하고 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투자금을 날린 채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다. 그 가운데 많은 사람은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자영업이 포화상태인 이유도 있으나 특히 소매업종의 경우는 재벌계 대기업들이 소매시장에 침투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대형슈퍼마켓(SSM)들이 동네상권까지 싹쓸이하며 동네의 구멍가게나 소규모 슈퍼들이 망해 나가고 있다.

수출중심의 재벌계 대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며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그래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시장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경기 침체 때문에 하루하루 유지해 나가는 것이 어렵다. 또 중국산 저가상품 유입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상시적인 남품가 인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일부 대기업이 기록적인 고이익을 거두는 상황에서도 그 납품업체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중소기업이 이익을 낼만하면 대기업이 침투하여 기술이나 시장을 빼앗는다. 그러니 대부분 중소기업에 몰려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가 없다. 이런 형편이니 내수가 살아날려야 살아날 수 없다.

게다가 한국 중요 은행들의 주식 절반가량이 외국자본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 그러니 우리 마음대로 금융정책을 취하기도 어렵다. 외국투자가들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또 전체 주식의 약 1/3이, 중요한 대기업 주식의 약 절반이 외국자본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대기업들이 선전한다고 해도 결국 힘들여 번 이익의 절반 정도를 이들에게 내줄 수밖에 없다. 해외로 다시 유출되는 돈이 너무 많다.

이런 몇 가지 일만 보아도 현재의 한국사회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우 비정상적이고 기형적인, 뒤틀린 사회이다. 이것은 한국이 1997년의 외환위기, 1998년의 IMF체제를 통해 신자유주의를 지나치게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산업화된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그것을 받아 들였다.

이런 상태로 한국사회에는 별로 희망이 없다. 자살률이 10년째 OECD 국가 1위인 사실이 그것을 웅변한다. 또 이런 상태로 장기간 유지되기도 힘들다. 대중의 억눌린 불만들이 폭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대해 분개하고 질타하는 목소리들은 많다. 이것을 고쳐야 한다고들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은 별로 없다. 진보개혁 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 상투적인 이야기들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물론 병을 치료할 정확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어려운 것이 하나의 이유이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있다. 잘못하면 한국사회의 기득권 구조를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눈치를 보고 몸을 움츠린다.

우파세력이 그렇게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들은 신자유주의가 대세라고 믿는다. 그래서 지금의 한국사회를 정상으로 생각한다. 재벌이나 대기업의 선전을 대단한 업적으로 칭송하며 현재의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래야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좌파세력은 다른가.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도 현재의 기득권 구조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한국 좌파의 핵심인 민주노총, 민노당은 대기업, 공공기업 등의 정규직 노조를 세력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정규직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고용안정성도 높다.

따라서 같은 기업 안의 비정규직 노동자나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에 대해 별로 연대하려는 생각이 없다. 그렇게 하면 결국 자신들의 노동조건이나 임금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노조가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동참하기를 거부한 것이 그런 태도를 잘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신자유주의 물결에 대한 방어적 태도에 틀림없다. 그래서 이해할만한 구석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러나 노동계급 전체의 연대를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진보' 세력의 도덕성을 약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좌파는 사회적 힘이 약하므로 기대야 할 가장 큰 자산이 도덕성이다. 그런데 그 도덕성을 '집단이기주의'로 대치한다면 사회적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

결국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는 신자유주의 물결과 결합해 있는 이 기득권 구조를 어떻게 깨느냐 하는 것이다. 우파와 좌파의 이 '담합'구조를 깨지 않으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 외의 어떤 주장, 어떤 논리를 내세워도 그것은 다 미봉책이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것은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먼저 신자유주의가 오늘날 세계의 대세이니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통념과 싸워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자본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이념체계이다. 지나치게 탐욕적이고 비윤리적이다. 그리고 계속되고 있는 세계경제위기로 이미 균열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우리를 억압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공격해야 한다.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에서 이익을 보는 기득권 세력과 본격적인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10여년 사이에 신자유주의는 이미 우리 사회에 단단하게 고착되어 있다. 그래서 강고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그 극복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정치투쟁을 불사해야 할 것이다.

여하튼 한국이 지금의 어지러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발상, 새로운 전략, 새로운 세력관계의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 정치판도의 재편과도 연결되는 복잡한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사회가 매우 큰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으므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생각보다 아주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니 체념은 금물이다. 이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 보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