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동아일보>가 군불을 지피고 있다. <동아>는 12일 자 사설 '교학사 교과서 협박은 학문, 출판 자유 침해다'를 통해 "우파 성향 집필자들이 만든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좌파 진영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는 "진보 진영의 전 방위적인 공격이 계속되면서 이 교과서를 펴내는 출판사인 교학사에는 항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 출판사가 만든 서적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전화 이외에도 출판사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 전화까지 걸려오는 판"이라고 설명했다.
▲ 정대협과 전교조 등 464개 단체가 참여한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 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등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친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한국판 '후소샤(扶桑社) 교과서'"라며 검정 합격을 즉각 취소할 것을 교육부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금의 논란은 좌파 역사학자 탓?
<동아>는 지금의 논란을 '좌파' 역사학계로 돌렸다. <동아>는 "좌파 역사학계는 이번에 모두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는데도 나머지 7종 교과서는 놔두고 교학사 교과서만 때리고 있다"며 "이들은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하며 이 교과서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있다는 방향으로 여론몰이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교과서에 드러난 오류에 대해서도 "교과서에 오류가 있다면 고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절차를 정상적으로 통과한 교과서를 놓고 기존 역사학계가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마녀사냥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물 타기도 시도했다. <동아>는 "좌파 성향 학자들이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고집하며 우파 역사관에 돌을 던지는 것은 독선"이라며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역사학자들의 의도를 자신이 집필한 교과서를 보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의 여론몰이
하지만 현재 교과서 논란은 <동아>에서 제기한 것처럼 '진보-보수', '좌-우'의 이념 대립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역사 정의, 가치관의 문제다.
지난 8월 30일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최종 검정 합격한 교학사 교과서는 현재 확인된 사실적 오류를 포함해 편파적 해석을 지적당한 건 등을 합하면 약 300여 건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본군 위안부가 1944년 여자정신근로령 발표 후 동원된 것으로 기술해 일본의 만행을 심각하게 축소했고, 제주 4·3사건에 대해서는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수습과정의 경미한 사건으로 서술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계엄군이 시민을 학살했다는 사실과 피해자 수를 왜곡 축소해 서술했다. 신군부 측의 발포 사실도 생략했고, 광주민주화운동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누락시켰다. 이 외에도 인터넷 위키백과나 네이버 등에서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닌 상식의 문제인 이유다. 그럼에도 <동아>는 지금의 논란을 좌파 성향의 역사학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교과서를 팔기 위한 '수작'으로 여론몰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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