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총장은 9일 오전 대변인을 통해 조선일보에서 제기한 '혼외자식 의혹'과 관련해 "이날 정정보도를 조선일보 측에 청구할 것이며, 이른 시일 내에 정정보도를 하지 않으면 추가 조치(민형사상의 책임)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채 총장은 "유전자 검사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채 총장의 발언은 정정보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와 소송 절차 등 모든 조치를 하하겠다는 의미다.
채 총장이 지난 6일 보도 직후 정정보도 등 일련의 조치를 안 한 것은 검찰총장 개인으로서 법적 조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어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은 입장 발표 직전 길태기 대검 차장, 오세인 연구위원, 이창재 기조부장 등 간부진들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채동욱 총장. ⓒ연합뉴스 |
앞서 <조선>은 7일 자 신문을 통해 혼외아들 보도를 사실무근이라며 '검찰 흔들기'로 규정한 채동욱 검찰총장을 비난하면서 오보라면 왜 민·형사 소송을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10면에 실린 사회부 기자가 쓴 '채 총장 개인 문제가 '검찰 흔들기'라니…'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을 통해 "채 총장과 대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채 총장의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면서도, 마치 보도 배경에 검찰을 흔들기 위한 저의(底意)가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반복해 풍겼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보도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내거나 유전자 감식을 통해서라도 진실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면 될 일"이라며 "이를 통해 드러나는 사실에 대한 판단은 국민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몫이다. 그런데도 '검찰 흔들기' 운운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린다는 느낌만 줄 뿐"이라며 채 총장이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채 총장은 이날 곧바로 정정보도 요청과 유전자감식을 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검찰 vs 조선일보→ 검찰 vs 국정원?
현재 검찰 내부에서는 '팩트' 확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조선>이 '채동욱 혼외아들'을 어떻게 보도하게 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이 보도한 채 총장의 혼외 아들과 혼외 관계로 지목된 인물의 출국일과 가족관계등록부, 거주지 등은 본인이 아니면 입수하기 힘든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국정원 정도의 정보기관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조선>의 보도 뒤에는 국정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 내부에서는 혼외아들설 보도와 관련해 사실 여부를 가리는 것과 별개로 보도의 배경을 파악하는 것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고 한다. 자칫 조선일보와 검찰과의 대립전이 국정원과 검찰과의 대립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야권에서도 '채동욱 혼외아들' 보도의 배경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번 <조선>의 보도에는) 국가정보원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며 "원세훈, 김용판 두 사람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를 하고 당시에 5월, 6월 그 상황에서 이 두 사람에 대해서 구속의견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한 언론보도를 통해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사실여부를 떠나서 이번 사건이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서 검찰이 공직선거법으로 기소한 데 대한 현 정권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면 이는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국정원이 국기문란사건으로 처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려 국면전환을 도모했다는 세간의 여론이 지배적"이라며 "그런 가운데 뜬금없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검찰총장의 사생활을 폭로하면서 그나마 국민의 검찰로 태어나려는 채동욱 검찰을 흔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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