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유일한 무기는 '도덕성'이라는 말이 있다. 가진 게 없는 진보에 도덕성마저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말했다.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진보에만 엄정한 잣대를 들이민다는 것. 하지만 대중에게는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지금 이 말을 다시 곱씹는 이유는 '이석기 사태'를 두고 자신들을 진보라고 칭하는 통합진보당 태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기 녹취록'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총기탈취·시설파괴' 언급에 대해 "총기탈취 및 시설파괴 언급은 있었지만 130여 명 중 한 두 명이 농담처럼 말했을 뿐이고, 반대하는 말이 나오거나 웃어넘겼다"며 지나가는 말로 한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슨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면서 "130여 명 가운데 일부분 내용만 담긴 녹취록으로 내란모의니 내란 선동이니 한다면, 우리는 단 한 사람도 농담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해명이 되레 여론을 더 냉랭하게 했다. 그간 '이석기 녹취록'을 두고 말 바꾸기, 거짓말 등으로 일관해온 통합진보당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이석기 의원부터 지속해서 말 바꾸기를 해왔다.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체포동의안 본회의 가결 관련해 의원단 입장 발표 자리에서 이정희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
"날조"라고 했다가 "농담"이라고 해명 번복
이 의원은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의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날에는 잠적했다가 그 다음 날 나타난 뒤 녹취록 내용을 두고 "상상 속 소설"이라며 "날조", "모략"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일축했다. 자신이 한 발언으로 알려진 '철탑 파괴', '사제폭탄' 등 녹취록 내용에 대해 자세한 설명 없이 "조작됐다"고만 주장했다.
이후 이 의원은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두고 있는 5월 모임 존재와 참석, 강연 내용 등에 대해 그동안 부정하기에 급급했다. 급기야 강연 이후 모임 토론 과정에서 '총기 발언'이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연만 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강연 뒤 토론 과정에 있지 않아 어떤 발언이 나왔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
그러나 정부가 2일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안을 보면, 이 의원은 토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마무리 발언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내 "(강연의) 기조와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을 바꿨다. 전체 말의 기조 그리고 분위기가 중요한데 몇몇 단어를 가지고 짜깁기를 했다는 것이다.
같은 당 원내대변인인 김재연 의원도 5월 모임 존재와 참석 자체를 전면 부인하다가 뒤늦게 모임에 참석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5월 모임 참석 여부에 대해 "물론 간 적이 없다"며 "그런 모임이 없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모임이 없었는데 어떻게 갈 수가 있겠느냐"라고 참석 자체를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주장은 이날 저녁 이석기 의원의 입을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 의원은 자신의 의원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모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다만 모임의 성격에 대해선 "당의 요청에 의한 강연"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재연 의원은 보도전문 채널 <뉴스 와이>에 출연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국정원이 이야기한 RO 지하조직 비밀화합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국정원이 RO 지하조직 비밀화합이라고 주장했던 그 행사는 당원들이 정상적으로 개최한 모임이었는데 내란음모라고 둔갑시키기 위해서 여러 정황을 마구잡이로 내놓다 보니까 저희로서는 그 근거들에 대해서 하나도 시인할 수가 없었다"고 자신의 거짓 해명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정희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표도 이석기 의원이 한 것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인명살상, 총기준비, 통신시설 파괴 등 발언에 대해 "진보당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할 목적으로 허위로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농담이었다"고 해명을 번복했다.
통합진보당의 말 바꾸기가 논란 확산시켜
통합진보당의 말 바꾸기, 거짓말 등이 안 그래도 논란인 '이석기 녹취록' 논란을 더욱 확대했다. 스스로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에서도 통합진보당 때문에 국정원 개혁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선 긋기에 나섰던 지도부 뿐 아니라 소속 의원들까지도 거리 두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때 같은 당이었던 정의당도 이들과 선을 그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4일 본회의를 앞두고 가진 브리핑에서 "제보자 진술에 의존한 수사와 내용이 불충분해 내란음모죄가 성립되는지는 사법적 판단을 내릴 수 없지만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해명과 말 바꾸기는 용납할 수 없다"고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처음에는 '모임 자체가 없었다', 다음엔 '모임은 있었지만 그런 발언은 없었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그런 발언은 있었지만 농담이었다'... 그러니 누가 믿겠어요"라며 이날 이정희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 교수는 "이정희 대표가 알아야 할 것은 'Honesty is the best policy.' 이거 성문 기초영문법에 나오는 문장인데..."라고 도덕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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