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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무슨 근거로 4800원으로 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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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무슨 근거로 4800원으로 올리나"

[토론회] "공정성 확보가 수신료 인상의 전제 조건"

KBS(한국방송) 이사회가 지난 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TV 수신료를 25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수신료 인상을 통해 그간 쌓인 적자를 없애고 프로그램 질도 향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광고수입을 축소해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방송을 줄이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공정성 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신료 인상안을 '들이댄 행태'는 염치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9일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BS 수신료 인상 관련 긴급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친(親) 박근혜 방송으로 편파성 논란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 수신료를 받을 자격 자체가 크게 훼손된 상태에서, 공정성을 회복할 방안이나 대책은 언급하지 않고 수신료 인상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신 상임대표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법률이 정한 방송의 기본 원리이자 수신료의 전제조건"이라며 "그러나 작금 KBS 보도는 정권의 호위와 홍보에 치우쳐 매우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마땅히 있어야 할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거세되고 고사한 상태"라고 지적한 뒤 그 이유로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낙하산 사장 투하에 의한 방송장악이 지금껏 시정되지 않고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KBS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 여권의 'NLL 대화록 공개' 등에 대해 정권 편향적인 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 대표는 "모든 나라의 공영방송에서 수신료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한 물적 기반"이라며 "따라서 수신료 인상은 당연히 이 문제, 곧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회복과 보장을 전제로 해서만 논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립성과 공정성이 무너진 상태, 다른 말로 KBS가 정권의 호위, 홍보 기관으로 전락한 상태를 방치한 채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파렴치하기 그지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누구를 위한 수신료 인상인지 모르겠다"

양재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사무총장은 "누구를 위한 수신료 인상인지 모르겠다"며 "불공정 보도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염치가 있어서 수신료 인상안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KBS를 두고 '김 비서(KBS)'라고 조롱하는 신조어도 생겨났다"며 "정권을 찬양하고 공정보도를 이야기하며 양비론 보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보도에서도 이런 것은 잘 드러났다"며 "그럼에도 수신료 인상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성난 국민에게 기름을 붓는 꼴"이라고 말했다.
실제 8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 응답자의 81.9%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6.5%에 그쳤다.

이밖에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한 방송사들의 관련 보도가 공정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5.3%는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공정하다'는 답변은 33.9%였고 '기타'는 10.8%였다.

"효율성이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이 문제"

심영섭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강사(신문방송학 박사)도 방송의 공정성이 선결 조건임을 강조했다. 그는 "그간 집권 정당의 눈치만 보면서 그에 따른 보도를 해온 게 KBS"라며 "현재의 KBS는 효율성이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보다 2배 넘게 수신료를 인상하지만 그 기준이 모호한 것도 지적했다. 그는 "왜 4800원으로 올리는지 국민을 설득할 만한 명확한 기준을 KBS가 제시했어야 한다"며 "이사회를 통과한 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조건을 KBS가 내놓지 못한다면 시청자도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KBS는 수신료 인상안을 전제로 △명품 프로그램 제작 △콘텐츠 제작역량 강화 △미래 방송기술 투자 △보편적 서비스 확대 △지역방송 역량 강화 공영성 강화 △약자 배려 △공영성 강화 등 '7대 약속`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자료나 수치 등은 언급하지 않아 계획이 두루뭉술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 박사는 "KBS 스스로 수신료를 산정해서 이사회에서 결정한 뒤, 국회 동의를 얻는 게 지금의 수신료 책정 과정"이라며 "외국처럼 (공영방송국의) 주무부처가 (수신료 인상) 안건을 국회에 올리면 이를 국회가 동의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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