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도의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돼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경기도 파주시의회가 시의원을 제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
파주시의회는 지난 19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임현주(여·51·비례대표) 시의원 제명안을 출석의원 8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시의원 제명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8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임 시의원은 제명안 가결 즉시 의원직을 잃었다.
박찬일(민주당) 파주시의회 의장은 "소문이 허위임을 확인하고 동료 시의원들이 임현주 의원에게 사과 등 사태를 수습할 것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사태수습을 요구한 시의원들에게 오히려 악의적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 시의원 8명의 요구로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징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 시의원의 제명안은 사석에서 동료 의원에게 "A 경기도의원(새누리당)이 바람을 피웠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사실을 접한 A 도의원은 명예훼손죄로 임 시의원을 경찰에 고소했고 이 사건은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같은 당 소속 시의원이 앞장서 제명안 추진?
현재 파주지역에서는 임 시의원 제명결정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의 항의와 행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제명결정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의혹이 많다는 게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이다.
'임현주 파주시의원 제명철회를 위한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징계사유에 대해 임 시의원이 진실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고 아직 검찰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일방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징계를 추진한 점, △동료의원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시의회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은 너무 주관적이고 과도하다는 것 등을 이유로 제명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수도권 기초의원 30명으로 꾸려진 '기초의회 발전을 위한 한걸음 모임'은 "명예훼손 고소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시점에서 시의회가 징계를 강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시의원들이 이번 제명안에 적극적이었다는 것도 의혹 대상이다. 파주시의회는 정원 11명으로 새누리당 5명, 민주당 5명, 통합진보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19일 표결에는 임 시의원과 통합진보당 안소희 시의원은 불참했다.
현광훈 대책위 활동가는 "이번 징계를 같은 당 소속의 민주당 시의원들이 앞장서서 추진한 게 이례적이 일"이라며 "이는 7월 행정감사 그리고 곧 다가올 지방선거 등과 연관된 정치적 계산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소속인 파주시장이 내년 지자체 선거를 준비 중인 가운데, 행정감사를 꼼꼼히 하는 임 시의원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었다는 것.
대책위는 24일부터 파주시의회 앞에서 무기한으로 길거리 집무실 농성에 돌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8일에는 파주시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진행한다. 임 시의원은 재명 결의안에 불복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제출과 제명철회요구안을 이번 주 내에 법원과 시의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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