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좌파 세력들이 국회에 다수 진출하는 등 사회 제분야에서 활개치고 있는데 대해 우리 모두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함" (2012년 6월 15일)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명박 정부와 여당 정책에 반대하거나 북한의 동조를 받는 정책과 의견을 가진 사람을 모두 '종북세력'으로 단정하고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저지를 반복해서 지시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기소한 공소장을 보면 원 전 원장의 적극적인 선거개입 의지는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그는 매월 개최되는 전 부서장 회의에서 국가정보원장으로서 각종 지시 사항을 시달했다.
이러한 지시 사항은 회의 직후 각 실, 국장 산하 팀장 회의, 각 팀장 산하 회의 등의 계통을 밟아 전 직원에게 즉시 전파되었다. 여기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이것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으로 내부 전산망에 게시돼 전 직원이 늘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 원세훈 전 원장. ⓒ뉴시스 |
"4대강 등에서 좌파단체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고 있다"
그가 이를 통해 지시한 내용은 크게 정치적 사안과 선거 사안으로 나뉜다. 그는 그간 사회적 논란이 됐던 세종시, 4대강 사업, 제주 해군기지, 분양가 상한제 등에서 적극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고 이를 반대하는 진영을 좌파로 규정,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칠 것을 지시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세종시 등 국정 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 단체들이 많은데 보다 정공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원이 앞장서서 대통령님과 정부 정책의 진의를 적극 홍보하고 뒷받침해야 한다(2010년 1월 22일)"고 지시했다.
2011년 8월 22일에는 "4대강 사업,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국책사업과 관련, 좌파 세력 등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데, 부서장, 지부장들이 국정 현안 및 지역별 이슈 관련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예방과 차단에 만전을 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2012년 1월 27일에는 "주택시장 침체 관련,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은 지난 정부의 정책 과오에서 비롯된 것이고 현 정부가 이를 바로 잡으려 해도 야당에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임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주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2012년 9월 21일에는 "최근 제주에서 개최된 세계자연보전총회 시 종북 좌파들이 행사장 앞에서 방해 활동을 벌였는데, 이러한 국정 발목잡기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국가 이미지만 훼손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부정하는 사람이 강원지사 됐다"
선거 사안에서는 원 전 국장의 지시가 더욱 노골적이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와 여당에 반대하는 세력을 종북세력으로 규정, 이들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강화함으로써 이들이 선거를 통해 제도권으로 진입하려는 것을 적극적으로 저지할 것을 반복해서 지시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지방선거를 두 달 남겨 놓은 2010년 4월 16일에 "선거에는 단일화하라는 게 북한의 지령이고 북한 지령대로 움직이는 건 결국 종북단체"라며 "(새누리당은) 싸우기는 5개, 6개당으로 해가지고 하면서 이쪽(새누리당)에는 입 하나 밖에 못쓰게 한다. 일반 국민이 보면 다수가 반대를 하고 어떤 정책에 대해서 한나라당만 찬성하는 것처럼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거를 다 이용당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용당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며 "그런 것을 확실하게 여러분들께서 중심을 잡고 좀 일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두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2011년 5월 20일에 "지난 재보선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인물이 강원지사에 당선됐다"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그런 쪽의 사람들을 지지한다고 하면 전쟁을 하나마나다. 그런 쪽에 대해서 확실하게 우리가 대비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1년 10월 21일에는 "인터넷 자체가 종북좌파 세력들이 다 잡았는데, 점령하다시피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을 우리가 제대로 안세우고 있다"고 국정원 직원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 직원이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는 자세로 그런 세력들을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0월 26일에 재보선이 있는데 북한까지 나서가지고 지금 범야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북한에서 범야권을 지원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친해서가 아니고 자기네하고 같은 걸 맞춰갈 수 있기에 과거로의 회귀를 위해 그런 것이다. 우리도 거기에 대해 확실한 대책을 해나가야 되겠다"고 지시했다.
"종북좌파 40여 명이 여의도에 진출했다"
통합진보당이 원내로 진출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총선 직후인 2012년 4월 20일에 "통합진보당만도 13명이고 종북좌파들이 한 40여 명이 여의도에 진출했다"며 "이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 흔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정원 공격도 여러 방법으로 할 것"이라며 "그에 대한 대처도 우리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가지고 준비도 같이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2012년 6월 15일에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뿐 아니라 국내 종북 좌파를 척결하는 것은 물론 그 동조 세력들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라며 "종북 좌파 세력들이 국회에 다수 진출하는 등 사회 제분야에서 활개치고 있는데 대해 우리 모두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직원 모두는 새로운 각오로 이들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정원의 존재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북한의 동조를 받는 정책과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 모두를 종북세력 및 그 영향권에 있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국가정보원장의 직위를 이용해 정치관여 행위를 함과 아울러 선거운동이 금지된 공무원으로서 그 지위를 이용해 낙선 목적 선거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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