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본질은 비판과 감시
저널리즘의 본질은 비판과 감시에 있다. 국민적 관심사인 축구대표팀은 당연히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다. 경기력 저하, 내부 불화가 있다면 언론은 원인을 찾아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K기자는 '대표팀 불화' 보도 직후 사실 확인에 실수가 있었다는 것을 자신의 페이스 북에서 인정했다. 또한 보강 취재를 통해 추후 자신이 보도한 불화설의 사실 여부를 가려내겠다고 공개했다. 지켜 볼 일이다. 감정적인 대응이나 비난은 불필요해 보인다. 기자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지 지켜보면 될 일이다.
3월 이후 대표팀 주변에서 불화설이 회자됐던 것은 사실이다. 대표팀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불화설이 소문으로 돈다면, 관련 정보를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면 기자로서 취재 및 보도는 당연하다. '대표팀 불화'는 보도의 금기가 아니다. 불화의 원인이 대개 파벌조성, 정실기용, 무원칙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불화야말로 대표팀을 망치는 가장 큰 폐악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주요 관심사가 되야한다. K기자가 비난 받아야 할 이유는 단 한가지, 사실관계 확인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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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에 저널리즘이 있습니까?"
"한국 스포츠에 저널리즘이 있습니까?", "스포츠 저널리스트는 없고 스포츠 애널리스트만 있는 것 아닌가요?" 2011년 이후 터진 축구와 야구, 배구, 농구 승부조작을 보며 묻고 싶었다. 승부조작 관련 보도에서 스포츠 기사는 혐의 사실, 수사 방향, 범행 동기를 보도하는 사회부 기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스포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국 스포츠를 뒤돌아 본 기사는 찾기 힘들었다. 승부조작이 몰고 온 스포츠 위기는 스포츠저널리즘의 빈약함을 폭로한 스포츠저널리즘의 위기이기도 했다.
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12년. 정치는 물론 경제, 문화, 복지등 사회 각 분야별 의제와 담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언론은 분야별 정책을 검증하며 다양한 이슈를 소비했다. 그러나 스포츠는 예외였다. 차기 정부 5년의 한국 스포츠를 결정짓는 대선 후보의 스포츠 정책을 검증하는 기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표팀 불화를 기사화한 K기자만이 유일했다. K기자는 유력한 두 후보의 체육정책을 비교하며 스포츠의 가치 실현이란 관점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컬럼을 게재했다.
스포츠는 정부 정책에서 언제나 후순위다. 체육계는 싱크탱크는 물론 정책 채택을 위한 경쟁력뿐만이 아니라 정책개발, 입안능력조차 취약하다. 정책 검증은 고사하고 체육정책 소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지난 해 대선 시기, 스포츠 기사는 화려한 수사를 동원한 유럽 축구, 메이저리그 분석 글이 주류를 이뤘다. 스포츠 애널리스트들의 전성 시대다.
"스포츠는 아직도 누구나 취재할 수 있는 분야인가?"
스포츠 기사는 특성상 현상적이다. 경기에서 발생하는 팩트 위주로 기사를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는 경기가 전부가 아니다. 더 좋은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더 좋은 정책이 필요하고 더 좋은 정책은 더욱 깊이있는 스포츠 철학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스포츠 철학은 스포츠 가치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스포츠 기자의 눈은 당연히 경기뿐만이 아닌 정책과 행정, 스포츠에 대한 이해와 철학을 함께 쫓아야한다.
한국의 스포츠 저널리즘은 빈약하다. 인적구성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데다 IT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터넷 매체의 범람이 현장에 나오지 않는 스포츠 기자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며 스포츠 기자를 선별하는 방송사가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방송사와 종합 일간지에서 스포츠 기자를 별도로 선발하지 않는다. 아직도 스포츠는 전문성이 길러지지 않는 순환보직의 하나일 뿐이다. 현장 취재없이 책상에서 가공하는 일부 인터넷 매체의 스포츠 기사는 애널리즘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현장 취재 없는 기사는 숫자 위주, 기록 위주, 스타 위주의 선정적 기사일 수 밖에 없다.
미디어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언론 매체의 증가도 피할 수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저널리즘의 본분을 망각한 채 상업주의로 일관하는 매체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역기능을 우려해 언론을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 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뉴스는 중심이 서면 결국엔 주변을 흡수한다. 그래서 신뢰받는 단 한명의 기자가 소중하다. 애널리스트가 넘치는 한국 스포츠에서 자신의 실수를 깨끗이 인정한, 저널리스트의 길을 택한 K기자의 정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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