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재집권전략,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으로 거듭나기'에 발제자로 참석한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새로운 의제로 '노동정치'를 꼽았다. 노동 없는 민주주의는 허약한 민주주의이듯이 노동정치 없는 민주당은 재집권의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다음 대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안철수 세력, 노동을 피상적으로 접근"
박 대변인은 "한국 정치에서 두 개의 동원전략이 있다면 그것은 '지역'과 '세대'"라며 "보수정당에는 '영남과 산업화 세대'가, 민주당에는 '호남과 민주화 세대'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민주당의 동원전략은 지난 대선에서 해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 원인에 대해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규정짓는 자본주의 성격에 따라 '자본 대 노동'의 대립구조가 존재한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는 '피해자 구제 차원의 접근'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민주당이 노동이슈를 다뤘던 사례를 설명하며 "한진중공업, 쌍용차 등 사회문제로 등장한 사안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당은 노동에 관한 관심이 사회이슈를 따라가는 수준에만 머물고 있어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해 단계별로 노동과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입법 및 제도개선 과제도 설정해 변화를 추진해야 했다"며 "또 집권 시 실현해 나갈 상을 제시하는 장기적 전략과 능력이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단편적 현상으로만 노동현안을 대했지, 거시적 담론으로 노동현안을 껴안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그는 "민주당은 함께 비를 맞는 연대가 아니라 우산을 씌워주는 정치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렇다고 그는 현재 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동력을 상실하기 시작했지만 호남이라는 지역연대전략, 386세대 연대전략은 여전히 당을 떠받치는 주요동력"이라며 "여기에 지역과 세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노동연대전략'의 수립과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으로 '친노동정당화' 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재집권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과 최장집 교수의 결합에 대해선 "안철수 세력의 핵심인물들이 노동을 피상적인 문제로, 대상화로 접근하고 있는 초보적 수준이라면 민주당은 우리가 포괄하고 있는 세력들(한국노총 등) 안에 현실의 문제, 주체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는 입법 및 조직화 능력집단과 세력이 존재한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의 최장집 교수 견인으로 정당정치와 노동정치의 학술적 상징은 빼앗겼을지 몰라도 노동 현장과의 인적관계, 노동현안 해결의 현실적 능력, 지역과 세대라는 기존 동력의 존재 등 정치현실에서의 가능성은 민주당이 월등하다"며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노동정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래되고 광범위한 갑을 관계인 노사관계, 그리고 을 중의 을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과 실업자들을 위한 노력에 민주당이 적극 앞장서겠다"며 "민주당이 노동정치까지 포괄하고 노동운동을 민주당을 통해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의 중요한 공간에서 언제든지 노동 현장의 이야기가 마련되는 정당이 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그런 민주당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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