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때까지만 해도 당연하던 '경제민주화'가 국회에 가로막혀 있다. 현재 경기불황을 타개하는 게 경제민주화보다 우선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관련법안의 국회통과가 쉽지만은 않다.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로 가선 안 된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최경환 의원은 연신 경제민주화 관련 '속도조절론'을 주장한다. 성급하게 경제민주화 관련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통과된 법안을 가지고 '속도조절론'을 언급하기엔 옹색하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민주화 관련법은 3대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한 '하도급법, 정년 60세 연장관련 법인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대기업 등재임원 연봉 공개 관련법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등 3개에 불과하다.
여야 간 우선처리 하고자 합의했던 경제민주화 관련법안 중 상당수가 논의도 제대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제민주화 관련법안인 순환출자금지, 지주회사법 개정, 집단소송제 도입, 사면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과 노동 관련법 개정 등은 언제 국회에서 논의될지 기약도 없는 상태다.
민주당은 일단 강공 모드다. 새로 출범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을을 위한 정당'을 강조하며 경제민주화 관련법안의 국회통과를 강조하고 있다. 당내 ''을'지키기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가 20일 첫 회의를 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장하나 민주당 의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민주당, 경제민주화 더 잘할 수 없는가'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대하는 민주당 태도와 야당의 역할론이 언급됐다.
"경제민주화는 민주당의 살길"
포문은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열었다. 그는 "경제민주화의 실천만이 민주당이 살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은 이번 대선에서도 새누리당을 선택했다"며 "국민의 정부 이후 15년 동안 우리가 국민의 먹고사는 일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도 능력도 증명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민주당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의 절박함을 항상 뒤로 미루는 민생 외면 정당으로 인식됐다"며 "국민의 고통이 민주당의 아픔이 되지 못한다면 어떠한 정치, 정당혁신도 말 잔치로 끝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몇몇 자극적 이슈와 소재로 국민의 지지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 "국민의 정당혐오, 정치불신 현상은 정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에게 권리를 위임받은 정치인과 정당이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은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민주당을 원하고 있다"며 "국민이 우리 사회의 '을'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를 바꾸지 못한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어떠한 정치적 주제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경제민주화는 민주당의 살길"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도 "지금의 문제는 새누리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강령을 경제민주화로 채우고 있으나, '경제민주화 관련, 국민에게 어떤 당이 잘하겠느냐'고 물으면 1위 진보정당, 2위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당은 세 번째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정 고문은 "민주당은 전체에 귀를 기울이고 열정을 가져야 한다"며 "민주당이 다시 태어나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뼛속까지 체화하고 실현할 수 있는 주최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민주당이 강령을 바꿔 오른쪽으로 기조를 이동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여당의 정책적 후퇴가 이토록 심각하면 당연히 야당이 이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게 일반적인 국민의 기대"라며 "하지만 민주당은 예상과 달리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4일 개정한 당 강령을 지목하며 그는 "개정한 당 강령에는 '기업 경영활동 존중', '성장 지향', '튼튼한 안보' 같은 뻔한 개념들을 집어넣었다"며 "오히려 경제민주화 관련 재벌규제를 좀 더 강조하거나, 보편복지 완성을 위한 조항을 추가로 보완하거나,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을 위한 방안을 폭넓게 확장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경쟁적인 정책 '좌클릭' 시기였다면 2012년 대선을 끝으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에게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좌클릭 했던 정책들을 하나둘씩 버리기 시작하더니, 이제 여당은 최악의 보수 정책이 '줄·푸·세'에 근접해가고 있고 야당인 민주당도 '중도'라는 이름 아래 실질적으로 2010년 지방선거 이전 버전의 정책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성진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경제민주화 관련 "민주당은 어떠한 법안이든 재벌이 내세운 보수언론과 보수지식인들이 비판을 제기한다 해도 그 으름장을 이겨내야 한다"며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바고 민주당이 약속한 것을 지키는 신뢰정당,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실생활의 변화를 일구어내는 정책정당으로 인정받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민생친화적 정책정당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정책을 지켜 내도록 강제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나서서 공약한 부분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추가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법안까지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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