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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개입 의혹, 국정원 넘어 경찰 수뇌부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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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개입 의혹, 국정원 넘어 경찰 수뇌부로 확산

권은희 "경찰청으로부터도 압력 전화"…민주통합당 "박근혜 나서라"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축소·은폐 의혹이 경찰 윗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와 달리 새누리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칫 박근혜 정부에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관련 기사 : "경찰 상부,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은폐·축소 지시")

경찰 수뇌부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20일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서울지방경찰청뿐 아니라 경찰청으로부터도 (압력) 전화를 받았다"며 "경찰 고위 관계자가 수차례 전화를 걸어 '(국정원 직원) 김 모 씨의 불법 선거 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취지로 지침을 줬다"고 밝혔다.

권 전 과장은 "2월 4일 (댓글을 단 게 발각된) 김씨와 함께 댓글을 단 '참고인 이 모 씨'의 존재가 처음으로 드러났을 때도 경찰 상부로부터 주의를 받았다"며 "게다가 지난해 대선을 일주일 앞둔 12월 12일 민주통합당이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수사 내내 서울청에서 지속해서 부당한 개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국정원 직원 불법선거 운동 혐의 의혹' 관련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중간 수사 결과 넘겨받은 지 30분 만에 보도자료로 배포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 16일 갑자기 발표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 결과가 일선 수사팀이 아닌 서울경찰청이 만든 수사 보고서에 근거했고, 수서경찰서는 이를 넘겨받은 지 30분 만에 보도자료로 언론사에 배포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가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서울경찰청이 중간 수사 결과 보도자료의 핵심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 나와 있다. 서울경찰청은 12월 13일 국정원 직원 김씨 에게 임의 제출받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대한 분석 작업을 16일 밤 9시 15분에 끝냈고, 이어 10시 30분에 '분석 결과 보고서'를 수서경찰서에 보냈다.

수서경찰서는 이 보고서를 넘겨받은 지 30분 만에 보고서 내용 그대로 긴급 보도자료를 내어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서울경찰청이 하드디스크 분석 자료를 넘겨주지 않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는 권 전 과장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확인됐다. 서울경찰청은 국정원 직원 김 씨의 아이디와 닉네임이 담긴 '하드디스크 분석 자료'를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저녁 7시 35분에 수서경찰서에 넘겼다. '분석 결과 보고서'만 이틀 전인 12월 16일 수서경찰서에 보냈고, 수사에 필수적인 분석 자료는 즉시 넘기지 않은 것이다.

이에 권 전 과장 등 수사팀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서울경찰청은 마지못해 이틀 만에 넘겨줬다. 수사팀이 대선 이전에 추가 수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린 뒤였다.

민주통합당 '총공세', 새누리당 '노심초사'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20일 논평을 통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고위 관계자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양심선언을 언급하며 "이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아니라 국정원과 경찰 두 국가 권력 기관이 합작한 국기 문란 사건으로 확대 규정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은 지난해 12월 16일 잘못되고 성급한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정치 경찰에 의한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규정하고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가 크게 잘못됐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며 "하지만 경찰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수사 지휘 체계에 배치하고서는 120여 일의 수사 기간 동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진실을 조작하고 은폐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그런 점에서 불법 선거 운동의 진실을 왜곡한 것은 물론 국민을 호도해 국가 기관이 거듭 선거에 개입한 행위"라며 경찰 역시 국정원과 마찬가지로 "국기 문란"을 저질렀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물타기 작전'을 통해 국정원 사건을 무마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경찰과 검찰에서는 국정원 댓글 의혹은 물론이고 야당의 국정원 여직원 불법 감금, 인권 유린에 대해서 철저히 수사하길 당부한다"며 "공평성,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 부분(불법 감금, 인권 유린)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한 일이니 박근혜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나 자칫 불똥이 박근혜 정부에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당장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20일 오후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충남도당 정기 대의원 대회 합동 연설회에서 "(박 대통령은) 당장 사과하고, 이 사건이 어떻게 왜곡됐고 은폐됐는지, 얼마나 축소됐는지 철저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지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우리 민주통합당이 성폭행범이나 하는 수법으로 김씨를 감금하고 인권 침해를 했다고 했지만 국정원 사건이 조작, 은폐, 축소됐다는 사실이 당시 수사과장이었던 권은희 과장의 폭로로 확인됐다"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또, 강 의원은 "검찰 특별수사팀은 이 사건을 직접 주도한 국정원 국장과 축소·은폐를 주도했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김기용 전 경찰청장을 즉각 소환 조사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MB 정권 하에서 벌였던 정치 개입 사건들을 모두 파헤쳐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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