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홍준표는 왜 박근혜 취임 다음날 폐업 발표했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홍준표는 왜 박근혜 취임 다음날 폐업 발표했을까?"

[인터뷰]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단식농성 중인 김용익 의원

인터뷰 도중에도 지나가는 의원들이 일일이 악수를 건냈다. "건강에 신경쓰라"는 당부의 말에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은 "그냥 봐도 멀쩡하지 않느냐"며 웃음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침을 삼키기가 어려워서인지 인터뷰 도중에도 연신 물을 마셨다. 그 물을 따르는 손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손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진주의료원 폐업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 4일부터 국회 본관 2층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기자가 김 의원을 찾은 8일은 단식 5일째를 맞았다. 김 의원 뒤에는 '경상남도가 홍준표 공화국인가?' '공공의료 말살정책 즉각 중단하라!'와 같은 피켓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김 의원의 단식 농성장을 방문했다. 약 1시간 가까이 진주의료원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 의원은 "적자를 보더라도 공공성 때문에 국가가 희생을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 것을 적자라는 이유로 폐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 단식 농성장에는 그간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이날만 해도 문 의원을 비롯해 한명숙 의원이 김 의원을 찾았다. 지난 주말 동안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다녀갔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김 의원의 단식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새누리당 경남지역 의원과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홍 도지사는 김 의원의 농성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서울대 의대 및 대학원(의학 박사)을 나와 서울대 의대 교수를 지냈다. 의료계에선 대표적인 진보 인사로 1987년 이후 26년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의료보험 통합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당시 의료보험공단은 직장별, 지역별로 나눠져 심각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시달렸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빈약한 중소기업이나 가난한 지역 공단은 질식하기 직전인 상황이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년에는 뜨거운 이슈인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 의사 출신으로서 드물게 찬성에 앞장섰다.

기득권 대신 보편적 복지를 추구해온 김 의원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발탁됐다. 참여정부 복지의 핵심정책인 '비전2030'의 주요 입안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이기에 이번 홍준표 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에 분을 참지 못했다. 그는 "홍준표 도지사의 이번 결정은 인간성을 무시하고, 공공성을 경멸하는 것"이라며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자에게 이 표현을 꼭 넣어달라며 "나는 그런 사람을 아주 경멸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존경하지 않는다"며 "아프고 가난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이라서 화가 난다"고 자신이 단식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용익 의원. ⓒ김용익 의원실

강성노조가 문제인데 왜 병원을 없애나

프레시안 : 단식 5일째다. 몸은 괜찮은가. 단식을 하기까지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듯싶다. 단식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김용익 : 홍준표 도지사가 폐업을 한다는 선언을 지난 2월 26일에 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은 뒤, 휴업 예고를 했다. 그리곤 지난 3일 휴업을 강행해버렸다. 당초 기자들에게 성명 같은 것을 내려고 원고를 준비해놨었다. 하지만 좀 생각을 해보니 이게 말로는 되는 일이 아니겠다 싶어 단식을 할까, 삭발을 할까 고민하다가 단식을 하자 결심했다. (웃음) 그래서 4일 아침에 나와서 보좌관들에게 단식할 준비를 하라고 했다.

프레시안 : 4일 단식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에서는 평소 온화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격앙되었다고 할까. '그따위' 등의 표현도 사용했다. 홍 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이 강성노조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 수익금의 80% 이상이 임금으로 쓰이고 있고, 작년 수익금은 136억 원 중 135억 원을 인건비로 들어갔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가.

김용익 : 화가 많이 났다. 홍 도지사의 주장은 말이 전혀 안 된다. '강성노조'를 폐업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보니 강성노조가 일종의 프레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생각해봐라. 노조가 강성이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가. 아니다. 노조가 강성이면 노조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노조가 강성이면 회사 문을 닫아도 된다? 말이 안 된다. 노조가 강성이면 그 노조를 다스리면 된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직원을 다 내쫓고 새 사람으로 들이면 된다. 그런데 병원 문을 왜 닫나. 처음부터 이유가 될 수 없는 이유다.

프레시안 : 강성노조가 정말 문제라면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하는 건가.

김용익 : 수입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아서 못 하겠다면 월급을 깎던가, 수입을 올리는 방법을 찾던가 해야 한다. 도지사는 그런 거 하라고 뽑아 놓은 거 아닌가. 또 적자가 많다면 적자를 줄이는 노력을 하는 게 도지사다. 기본적으로 환자 생각을 해야 한다. 그날 화가 난 건 홍준표 도지사는 인간성을 무시하고, 공공성을 경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손톱만큼도 없다. 그래서 화가 나는 거다. 나는 그런 사람을 아주 경멸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존경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홍 도지사는 마산의료원에 500억을 투자해서 새로 신축해 소외받은 사람들의 의료를 책임진다고 한다.

김용익 : 2008년에 이미 진주의료원이 신축됐다. 그거 하느라 돈을 다 썼다. 새 건물을 지상 8층, 지하 1층 건물로 지었다. 병실이 300개다. 그런 병원을 지어놓고 문을 닫는다? 결국 그간 투자하는 돈을 버려야 하는 거다. 또 몇 백억을 버려야 하는 거다. 그거는 다 어떻게 할 건가.

프레시안 : 홍준표 도지사가 병원 폐업 발표를 한 시기도 묘하게 대통령 취임과 맞물린다.

김용익 : 홍준표 도지사가 얼마나 황당한 소리를 한 거냐면 대통령이 2월 25일 취임했다. 그런데 26일에 홍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문을 닫는다고 했다. 이것도 기록적인 일이다. 홍 지사가 박 대통령을 깡그리 무시하는 발표를 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날 공공병원을 닫겠다고 하느냐. 좀 의미심장하지 않는가.

프레시안 : 그 다음날 발표한지는 몰랐다.

김용익 : 그리고 그 사람이 그런 거를 내면 제법 커질 줄은 몰랐겠지만, 제법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프레시안 : 그거 발표하기 전에 간부들 불러놓고 희망버스 같은 게 올 테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했단다.

김용익 : 그걸 생각하면서 폐업 결정을 내놓은 거다. 그런 식으로 했다면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진주의료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거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예를 들어 오세훈이 무상급식이면 홍준표는 강성노조라는 키워드를 만들어서 이를 제압하는 도지사 이미지를 만들려고 진주의료원을 이용했다는 이야기인가?

김용익 : 그렇다. 아마 강성노조라는 말은 나중에 나왔고, 처음에는 재정적자였다. 재정적자를 쾌도난마처럼 정리하는 도지사. 이런 이미지를 받고 싶어 했을 거다.

프레시안 : 하지만 경남도의 경우, 재정적자가 심하다고 들었다.

김용익 : 실제로 거가대교같은 것 때문에 금년 부산하고 경남이 469억 원을 물어줘야 한다. 경남도는 235억 원을 물어야 한다. 또, 마창대교 때문에 작년 130억을 보전해줘야 했다. 이런 식으로 경남도가 하고 있다.

또 경남은 하수도 사업 때문에 1년 단기 손실이 942억 원이다. 공영개발로 인해 215억 원이 적자다. 이런 식으로 적자를 내니 적자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하수도를 틀어막을 수도 없고, 거가대교를 부실수도 없으니 도립병원이라도 하나 문 닫아 시범을 보이겠다는 생각이 있었을 듯하다. 자기 능력을 보이고 성량을 보일 상징이 필요했던 거다. 그 중 제일 만만하게 보인 게 진주의료원이었던 것이다.

▲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김용익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공공의료원에서 적자는 당연한 것

프레시안 : 사람들은 적자라고 하니 폐업하는 게 맞는 게 아니냐고 한다.

김용익 : 적자라서 폐업해야 한다는 말은 맞지 않다. 공공병원의 적자라는 것의 정체를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말하자면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가 있다. 공공병원이 해야 할 일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저소득층 진료다. 두 번째로 건강증진과 질병관리이고 세 번째로 표준진료, 즉 과잉진료도 아니고 과소진료도 아니고 환자의 진료에 딱 맞는 진료를 하는 것이다. 흔히들 첫번째를 제일 중요한 것으로 꼽는다. 하지만 나는 세번째가 제일 중요하다 생각한다.

표준진료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느냐면 표준진료를 하면서 잘 하는 공공병원을 생각해봐라. 편하고 바가지 쓸 걱정이 없다. 공공병원이 그렇게 돼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공공병원이 충분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일산 암센터나 국립암센터는 충분한 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표준진료를 하면 적자가 나게 돼 있다. 건강보험 수가가 원가보다 낮기 때문이다. 일반 민간 병원은 운영을 해야 하기에 비급여 진료의 수가를 병원 임의로 매기기에 높게 매긴다. 그리고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도록 한다. 하지만 공공병원은 비급여 수가를 낮게 매기고 비급여 진료도 적게 한다. 단가도 낮고 양도 적다. 그렇기에 적자가 나게 돼 있다.

프레시안 :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를 받게 할 경우, 적자가 난다는 건가.

김용익 : 환자의 이익을 잘 대변해서 진료를 하면 적자가 나게 돼 있다. 그게 현재 한국 상황이다. 그렇게 해서 적자가 나면 건강한 적자다.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적자는 인정해야 한다. 더구나 저소득층 진료는 돈이 더 구멍이 난다. 경우에 따라 돈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건 공공병원이니깐 해야 한다.

반면, 불건강한 적자는 공공병원이 운영을 잘못해서 생기는 적자다. 직원이 잘못히거나 원장이 잘못해서 의사가 잘못해서 생기는 적자다. 그건 고쳐야 한다. 그거를 고치는 것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누가 하더라도 고쳐야 한다.

하지만 불건강한 적자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게 병원의 책임인가. 감독관청의 책임인가. 물론 감독관청의 책임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진주의료원은 2008년에 이전했다. 진주시내에 병원이 있었지만, 그 병원에서 30분 걸리는 한참 외곽에, 사람도 없는 곳에다가 병원을 새로 만들었다. 그러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놓고 병원 탓을 한다. 이게 병원 잘못인가 도청 잘못인가. 이건 도청이 책임져야 한다. 그래놓고 왜 돈을 못 버냐고 하면서, 마치 버림받은 애 취을 한다. 부모가 돌봐줄 것을 돌봐주지 않고 면박을 주고 알밤주면 그 아이가 제대로 크는가. 제대로 지원을 해주면서 잘 하라고 해야 한다.

상의도 없이 폐쇄라니…

프레시안 : 오늘(8일) 홍준표 도지사가 설훈 민주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강원도도 춘천의료원을 매각했고, 5개 의료원 예산을 다 삭감했다고 했다. 다른 도도 그렇게 하는데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었다.

김용익 : 홍준표 도지사는 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진주의료원을 매각하는 게 아니라 폐쇄하는 거다. 그리고 매각이든 폐쇄든 일언반구없이 어느날 갑자기 공청회 한 번 하지 않고, 전문가 모아 회의 한 번 한 적 없는 상황에서 한 거다. 강원도가 그렇게 했나. 하는 내용도 전혀 다르고, 과정도 전혀 다르다. 강원도에서는 미리 의견수렴을 하고 어떻게 할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홍준표 도지사는 공청회도 없이, 직원들도 반대하는 걸 그냥 해라 해놓고 밀어붙이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 각 도가 상황이 어려운 듯하다. 어차피 적자가 나는 구조인데, 중앙 정부에서의 지원을 이야기하는 것도 있을 듯하다.

김용익 : 그런 부분에 대한 책임은 복지부에 있다. 복지부는 지방의료원이 국민보건을 위해서 보건의료 체계에서 어떤 위치에 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 밑에 있는 보건소, 그리고 대학 병원과 지방의료원을 어떻게 연결시켜줘야 하는지, 말하자면 위상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어야 한다. 그 위치가 잡혀 있다면 그걸 없애자고 할 사람은 없을 거다. 그게 없으니 도에서 부담을 느끼게 된다. 왜 이 이일을 해야 하는지 의미부여가 안 되는 거다. 그러니 문제가 자꾸 생긴다.

보건소가 시군구마다 있는데, 보건소 없애자는 사람은 없다. 일정한 역할이 있기 때문에, 국립대학 병원을 없애자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위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의료원은 복지부가 위상을 잡아주지 못했기 때문에 의문이 자꾸 생기는 거다.

프레시안 : 다른 지자체는 어떤가

김용익 : 지자체들도 어떤 일을 해서 재미가 있어야 한다. 경기도 김문수 도지사는 경기도는 그래도 지원을 해주려고 애썼다. 원장도 좋은 사람 구해줬다, 파주나 의정부에는 원장이 좋은 분이 들어갔다. 굉장히 열심히 일했다. 직원과 어울려서 밥도 먹고, 심지어 잠도 잤다. 그렇게 하는 병원은 급속히 좋아진다. 그러면 또 도에서 지원을 해준다. 도에서 지원을 해주는 재미가 있는 거다.

하지만 홍준표는 아무런 노력도 안 한 거다. 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은 좋은 원장을 구해주는 것이다. 그 다음에 그 원장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다. 금전적. 그리고 후원을 해주는 거다. 그런 거를 안 해주고 노조가 강성이니, 적자가 있으니 등의 말을 하면서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폐쇄하겠다는 게 지금의 홍준표 도지사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