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부, 그리고 청와대가 30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새 정부 첫 고위 당·정·청 워크숍을 가졌다. 예상대로 청와대를 향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비판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는 친박, 비박, 친이 등 계파 구분이 없었다.
이날 회의 규모는 당 지도부와 정부 부처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전원 참석하는 등 이례적으로 초대형이었다. 당에서는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최고위원단, 나성린 정책위의장 직무대행, 서병수 사무총장, 국회 상임위원장과 상임위 간사 등 지도부 32명이 총출동했다.
정부에서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등 25명의 장관과 일부 차관들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정현 정무수석 등 9명의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했다.
새누리당 의원들, 청와대 질타
시작은 친박계 유승민 의원이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워크숍 첫 발제자로 나선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창조경제론을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보고하자 유 의원은 유 수석의 말을 중단시키며 "지금 뭐하는 건가, 그런 에피소드가 어떻게 국정철학인가"라며 "빨리 끝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다른 의원들도 "지금 우리가 에피소드나 들으러 온 게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친박계 인사인 한선교 의원도 "여기에 대통령과 10년 넘게 일해온 사람들이 있는데 3개월 일하고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느냐"고 질타했다.
한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인 창조경제와 관련해서 "개념이 모호하다"고 지적했고, 이군현 의원도 "어떤 산업을 왜 어떻게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일으킬 것인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청와대 측이 창조경제론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자 아예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당장 서류로 준비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유 수석은 "창조경제에 대해 작업을 하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 달 정도 내에 좀 더 많은 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정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두고도 질타가 이어졌다.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인사 참사가 일어났는데 비서관들이 인사시스템 안 갖춰져 있고, 인력도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며 "이게 무슨 비서인가. 비서는 자기 책임이 아니어도 '내가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정훈 의원도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인사"라며 "민정수석실에서 철저한 인사검증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주문했고, 조해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아닌데, 최근 낙마 사건은 주변에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은 "다시는 인사상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인사시스템을 정비하고 인력을 보강하겠다"며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질타 받은 청와대, 앞으로 변할까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워크숍 마무리 발언을 통해 "따가운 질책, 공포스러운 질책을 듣고 통렬히 반성한다. 책임을 통감하며 정말 죄송하고 잘하겠다"면서 "사람들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지만 지금이라도 고칠 건 고쳐야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실제 이날 당·정·청 워크숍에 앞서 허태열 비서실장은 인사문제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 실장의 대국민 사과문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요청을 박 대통령이 받아들임으로써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워크숍에서 새누리당과 청와대, 그리고 정부가 당·정·청 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연간 두 차례 고위 당·정·청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그간 제기된 '청와대의 소통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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