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 1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여의도 연락사무소'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다. 청와대 독주에 맥 못추는 새누리당의 모습이 역력하다보니 당청관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성론이 등장했다. 이와 맞물려 당초 친박계의 무난한 당선이 점쳐지던 5월 원내대표 선거 판도에도 미묘한 변화 조짐이 있다.
현재까지 자천타천으로 원내대표 경선 출마설이 도는 의원은 5선의 남경필(경기) 의원과 4선의 이주영(경남) 의원, 3선의 최경환(경북), 김기현(울산) 의원 등이다. 남경필 의원은 쇄신파, 이주영, 최경환 의원은 친박, 김기현 의원은 이명박계로 분류된다.
최경환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친박 중의 친박이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는 물밑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다. 업무 파악 능력과 추진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최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현재보다 더 긴밀한 친정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당 분위기로는 최 의원의 정치 스타일과 추진력이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지도부가 청와대에 쓴 소리를 못하고 있는 마당에 진성 친박 최 의원이 원내 사령탑에 앉을 경우, 청와대에 찍 소리도 못하지 않겠느냐는 전망 때문이다.
또, 추진력이 강하다는 장점은 되레 야당과의 협상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정부조직법안을 52일 동안 끌고 배경에는 청와대를 견제할만한 지도력을 보이지 못하고 원안 고수를 고집한 탓이 크다.
그런 점에서 같은 친박계 인사인 이주영 의원은 평가가 조금 다르다. 판사 출신인 이주영 의원은 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 정책통이다, 지난해 대선 때 특보단장과 대선기획단장을 지낸 친박계다.
하지만 최 의원처럼 진성 친박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중도 성향이었던 이 의원은 대선 때 대선기획단장 등을 지내며 '신(新)친박'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의원의 당내 특정세력의 집단적 선호나 반감이 없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국에서는 이 의원의 성향은 장점이 된다.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돼 주요 쟁점법안이 새누리당 단독 처리가 불가능해지면서 당 내에서도 정치색이 강한 사람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밀어붙이기식' 이한구 원내대표가 그간 해온 것에 대해 당내에서도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유연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가 원내대표가 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의원은 최근 당내 의원들과 접촉하면서 차기 원내대표의 역할과 위상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이주영 의원은 당내 의원들과 만나면서 자신의 생각과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며 "나를 만날 때도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면서 새로운 당청 관계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현재 출마를 심각하게 고심 중인 남경필 의원은 쇄신파로 분류된다. 지난 원내대표에서 '40대 수도권 원내대표'를 주창한 남 의원은 결선 투표에서 아쉽게 떨어졌다. 그가 이번에 출마하게 된다면 '친박 대 비박'의 구도가 명확히 그려질 전망이다.
남경필 의원실 관계자는 "출마를 고민 중"이라며 "만약 나가게 된다면 지난 선거 때보다 좀 더 선명한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전체에 새로운 리더십 방향과 관련해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상당한 긴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출마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얼마나 세력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정부 임기 초기부터 당이 청와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의원들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당이 주도하는 당청관계에 대한 필요가 형성될 경우, 상대적으로 강성인 남경필 의원에게 표가 몰릴 수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친박계 인사는 지금처럼 청와대에 쓴 소리를 하지 못할 거 같고, 반면 남경필 의원은 너무 강해서 부담스럽다"며 "이들 중간 정도 되는 포지션을 가진 인물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그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대 변수는 박 대통령이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을지다. 박 대통령이 '임기초 6개월'을 강조한만큼 박근혜 정부의 주요 입법과제를 힘 있게 추진하려면 청와대와 호흡이 맞는 원내 파트너가 절실하다. 의원들 입장에서도 정권 초부터 당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긋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원내대표 선거는 잠정적으로 5월 10일께 열릴 예정이다. '인사 참사' 등으로 아직도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청와대의 전열정비 여부, 박근혜 정부 임기 초반에 대한 평가인 4월 재보선 등을 거쳐야 차기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선거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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