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의 자산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하고, 재산공개제도를 강화하겠습니다. 현재의 재산공개제도는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하기에 미흡합니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원과 차관급 이상 공직자의 부동산과 유가증권을 법률이 정하는 금융기관에 백지신탁(Blind Trust)하도록 입법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고위 공직자가 임기 내에 재산증식에 일체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고위 공직자의 재산등록상황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실사기간을 굳이 3개월로 제한하지 않고, 의혹이 제기되면 언제든 실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나아가 직계존비속의 재산에 관한 고지거부제도를 폐지하겠습니다."
지금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인 박근혜가 2004년 한나라당 당 대표 시절 한 '정치개혁 공약' 중 하나다. 정말 화끈하고 급진적이지 않은가? 이동흡과 김용준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박근혜의 활로는 과거 자신이 한나라당 당 대표 시절 한 위의 정치개혁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엘리트 가운데 부동산 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은 손에 꼽힐 것이다. 고위공직자들 대부분이 엘리트 가운데 선발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박근혜 정부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이건 조만간 시작될 박근혜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고위공직자 후보들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있는 한 대한민국에서 늘 재현될 일이다.
따라서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길을 찾아야 한디. 과거 박 당선인이 천명한 바 있는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자산백지신탁제가 그 대안이다.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주식 백지신탁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으니 '부동산 백지신탁제'만 도입하면 된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고위 공직자 후보가 취임 시에 실수요 아닌 자신 및 배우자, 직계가족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위원회에 신탁하도록 하는 제도다. 신탁가액은 과거 그 부동산을 매입했을 당시 시가의 원리금과 신탁 시점의 시가 중 적은 금액으로 한다. 고위공직자가 그 직을 마칠 시에는 고위공직자가 신탁한 부동산의 신탁운용금을 고위공직자에게 교부하며, 직무와 관련된 개발 정보 등을 활용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고위공직자가 퇴임한 후 몇년 간 -기간은 조정이 가능하다- 은 실수요 목적이 아닌 부동산 취득을 금지한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이렇게 설계하면 고위공직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려 낙마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며 개발 등과 관련해 고위공직자가 직무상 행한 결정의 공정성도 확보될 것이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굳이 의무사항으로 할 필요도 없다. 선택사항으로 해도 정책효과를 발휘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엄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피하려는 고위공직자 후보가 여론의 뭇매를 견디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해 운용하는 것이 박근혜가 과거에 한 약속을 지키는 길이며, 지금의 정치적 난국을 타개할 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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