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중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건 '부동산 투기' 의혹.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게 김 후보자 두 아들의 공동 명의로 돼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땅이다. 이 땅을 두고 불법 증여 의혹이 제기되자 김 후보자 측은 "모친이 손자들을 위해 매입해 준 땅"이라고 해명했지만 서초동 땅의 원 소유자가 김 후보자의 고등학교 및 대학교 친구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 아들 명의의 서초동 땅 폐쇄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땅은 김 후보자가 1975년 취득한 이후 16년 동안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1991년 이곳에 지상 1층, 지하 1층 규모의 다세대주택(329m²·약 99평)을 지은 뒤에야 땅 등기를 했다.
주목할 점은 모친이 손자를 위해 매입했다던 이 땅의 원 소유주가 김 후보자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인 김모 씨(회계사)였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 측 주장대로라면 모친은 아들 친구에게 이 땅을 400만 원에 산 게 된다.
땅 등기가 김 후보자 아들들에게 이전되기 전까지는 김 씨가 재산세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가 친구와 함께 투기 목적으로 이 땅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이 땅에 지어진 건물은 22년이 지난 현재도 등기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등기 건물도 재산세를 내야 하지만 취득세와 등록세를 냈는지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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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 정보 이용해 서초동 땅 매입?
또 이 서초동 땅 매입에 법원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자가 법원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개발되지 않은 땅을 산 뒤 막대한 시세차익을 취득했다는 것.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보면, 김 후보자의 두 아들이 이 땅을 구입한 1975년 8월 1일로부터 3일 뒤인 8월 4일 주요 언론들이 경제차관회의에서 서울시의 '인구억제 시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 인구억제 시안'의 핵심은 밀집된 강북의 인구를 강남으로 분산하기 위해 대법원·서울고법·서울지법과 대검찰청 등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 법조타운을 조성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당시 김 후보자는 서울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었고, 1977년 5월 법원과 검찰청의 서초동 이전이 공식 확정됐다. 당시 김 후보자가 정보를 미리 알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초동 일대는 1975년부터 실제 법조타운이 들어서기 전인 1980년대 후반 사이 정치인과 고위직 판검사들이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 소유의 서초동 땅은 평당 매매가가 2500만 원 선으로 시세만 6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1993년 재산공개 때(19억 8700만 원)보다 40억 원 늘어난 금액이다.
부인 명의 부동산 신고하지 않아
김 후보자가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으로 재직하면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부인 명의로 소유한 부동산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한겨레>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부인 서모 씨는 장모 씨와 함께 1978년 5월 서울 마포구 신수동 184-14번지 땅 70㎡를 구입했다. 이 땅의 부동산 폐쇄등기부 증명서를 보면, 서 씨는 1993년 6월 또 다른 장모 씨에게 자신의 지분을 모두 팔았다며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다. 이때는 처음 도입된 재산공개 제도 시행을 앞둔 시점으로, 당시 대법관이던 김 후보자도 재산공개 대상이었다. 소유권 이전 등기에 따라 1993년 9월7일을 기준으로 한 김 후보자의 재산공개 내역에 이 땅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 씨는 재산공개를 피하기 위해 이 땅을 서류상으로만 판 것으로 보인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이 땅 위에는 지상 1층, 지하 1층 규모의 상가주택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의 폐쇄등기부 증명서를 보면 서 씨는 땅을 팔았다고 신고한 시점으로부터 3년 뒤인 1996년에도 이 건물의 지분 절반을 소유하고 있었다. 1996년 8월 이 건물이 이모 씨에게 팔릴 때 서 씨가 소유권자로 등장하기 때문.
건물의 대지만 팔고 건물은 계속 소유하는 것은 흔치 않은 거래 형태다. 이에 따라 1993년에는 서류상으로만 땅을 판 것으로 해놓고, 실제로는 1996년에 건물과 함께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동안 김 후보자는 이 건물과 땅 지분을 단 한 차례도 재산공개 때 신고하지 않았다.
민주당, 강도 높은 청문회 예고
민주당은 강도 높은 청문회를 예고한 상태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김용준 후보자는 주장하지만 이는 후보자가 스스로 직접 해명해야 한다"며 "이동흡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침묵과 회피의 낡은 레파토리로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민주당 청문위원들은 책임 있는 청문회를 위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8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사람에게는 공과가 다 있다"며 김 후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날 황 대표는 "국가의 인재를 등용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게 하는 것은 업무 수행의 기준을 중심으로 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여러 면을 면밀하게 청문회에서 걸러내야 하는데 우리도 이제는 이에 대한 적절한 배정과 그에 대한 기준 만들어서 인사청문회가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기준과 절차에 의해 마쳐지는 문화를 정착시켜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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