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이동흡…여당 의총서 비판 봇물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 기정 사실…자진사퇴론에 무게

"결격 사유가 없다고 헌법재판소장에 적격하다는 건 아니다.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헌재소장은 통합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민식 의원)

"국민 의혹도 깨끗이 해소시키지 못한 내정자에게 우리 당이 어떤 근거로 인준해야 하는가." (김성태 의원)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된 이동흡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에 '빨간불'이 켜졌다. 23일 서울 국회 본청에서 진행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이동흡 후보자를 두고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후보 반대 여론이 야당에 이어 여당 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이날 총회는 이 후보자에 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폐회됐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동흡 후보자 인준 찬반 논란과 관련 "아직 당론을 정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오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이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여당 내에도 이동흡 후보 반대 목소리 높아

이날 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총회 참석자 중 상당수는 이 후보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법조 출신의 재선 의원인 박민식 의원은 이 후보가 결격사유가 없다는 당내 여론을 두고 "결격 사유가 없다는 게 헌재소장이 될 수 있는 요건을 만족시키지는 않는다"며 "(헌재소장은) 막중한 책임을 가진 통합의 리더십과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위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헌재소장은 이런 게 있어야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는 그걸 보여주지 못했다.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후보자의 사퇴를 두고는 "본인도 생각하고 당에서도 더 고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연합뉴스

인사청문특위 소속 김성태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그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지난 6년간 국민에게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그 소임을 망기했다"며 "그런데 다시 그 혜택을 6년을 준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간 헌재 재판관으로 판결한) 판결도 문제"라며 "헌법의 가치는 3.1운동을 계승한 민족관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완용 친일파 재산까지 걱정하는 사람이 (헌재 소장이 된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통과가 당론으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김성태 의원은 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당은 당대로 판단하고 청문위원은 청문위원대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질 것임을 시사했다.

찬성 입장이었던 안효대 청문위원도 "결정적 하자와 있는 것과 후보자 자격이 있다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말해 반대로 돌아선 분위기였다.

총회에 앞서 이재오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금을 사적 용도로 쓰는 것도 부패"라며 이 후보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직자는 반부패청렴을 생활화해야 한다"며 "공금이 관례화된 특정경비라 해도 사금고화해서는 안 된다"고 이 후보의 헌재소장 임명을 사실상 반대했다.

쉽지 않은 후보 임명동의안

여당 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 후보 임명동의안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라 향후 여‧야간 충돌뿐만 아니라, 여당 내 논란도 예상된다. 권선동 국회 인사청문위원회 간사는 24일 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 본회의에 회부한 뒤 투표를 통해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명동의안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이 후보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우선 인사청문특위에서 심사경과보고서가 채택돼야 한다. 이미 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이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은 점을 들어 '부적격' 심사보고서 채택을 추진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여기에 여당 의원인 김성태 의원도 이 후보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림으로써 이 후보자를 적격으로 평가하는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인사청문특위가 여당 7명, 야당 6명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여당 의원 단 한 명이라도 '부적격' 판정을 내릴 경우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수 없다.

물론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 권한으로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새누리당 내에서 이 후보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많아 이것이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무기명 표결에 부쳐질 경우, 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현재 새누리당 의석수는 154석으로 보수 성향이 무소속 의원 5석까지 합한다 해도 9석의 이탈만 나와도 이 후보의 임명동의안은 부결된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의원은 "상황을 보면 새누리당 내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표결로 갈 경우, (이 후보의 임명은) 상당히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라 이동흡 후보자의 자진사퇴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야당의 반대에다 여당 의원의 반대까지 무릎쓰고 강행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 지도부들이 이 후보 사퇴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