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관련 재심에서 39년 만에 혐의를 벗었던 김지하 시인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 시인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긴급조치 제4호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2010년 재심을 청구한 김 시인은 지난 4일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때 법원은, 김 시인이 1970년에 발표한 담시(譚詩) '오적'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월 선고 유예'를 했다. 재심 사유가 없는 범행을 재심 대상에 포함하더라도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할 수는 없고, 필요한 범위에서 양형을 달리할 수 있다는 2007년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 시인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처럼 '사실상 무죄' 판결에 항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시인이 항소한 이유는 '오적' 관련 혐의에 선고 유예가 내려진 것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적'은 김 시인이 <사상계>에 발표한 담시로, 개발의 과실을 독차지하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지도층을 인간의 탈을 쓴 짐승으로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김 시인이 꼽은 오적은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다. '오적'이 발표된 후 김 시인은 구속됐고 <사상계>는 폐간됐다.
'오적 필화 사건'은 민청학련 사건과 별개로 기소돼 나중에 병합됐는데, 재심 사유를 인정받지 못했다. 김 시인이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 시인의 항소에 검찰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 재심 판결 직전 무죄를 구형하는 대신, "법과 원칙에 따라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며 별도의 구형을 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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