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끝나고 민주당의 패배 원인을 놓고 당 안팎에서 여러가지 분석과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선거를 주도한 '친노' 책임론, 새로운 비전과 전망 제시 실패, 50대 보수화 등. 모두 일견 맞는 얘기다. 하지만 '사후 약방문'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민주당이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극복하는 쪽으로 쇄신할 수 있냐는 점이다. 야권 지지자들 입장에선 안타깝게도 이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평가는 높지 않다. '변하지 않는 민주당', 문제의 핵심은 오히려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통합당, 변화할 수 있다는 거에 비관적"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좋은정책포럼과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실 주최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8대 대선 평가와 진보의 미래 토론회에서는 앞으로도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힘든 이유에 대해 이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비관의 근거는 구체적이었다. 김 교수는 패배한 선거 직후, 활동한 세 차례 경험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2006년 초 열린우리당 시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2010년부터 2011년 여름까지 민주당 쇄신위원회 자문단장, 그리고 2012년에는 총선 패배 직후 당 워크샵 발제를 맡았었다고 밝혔다.
▲ '18대 대선평가와 진보의 미래' 토론회가 좋은정책포럼과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실 공동주최로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김 교수는 "총선 패배 이후 만든 발제문을 오늘 토론회에서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냈다"며 "지금도 여전히 유용한 발제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총선 패배 이후 민주통합당이 많이 반성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하나도 변하지 않고 대선을 치렀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김 교수는 "큰 패배가 있고 나면 정당의 장래를 위해, 미래를 위해 머리를 숙이고 당의 장래를 고민하지만 2주만 지나면 계파 이해, 당내 특수 이익이 고개를 든다"며 "성찰과 각오는 2주일이 지나면 무산된다"고 비판했다.
유승찬 SNS 컨설턴트는 "총선 패배 때부터 대선의 패배가 예상됐다"고 말했다. 유승찬 컨설턴트는 "총선이 끝나고 민주통합당에 총선 평가를 요구했지만 하지 않았다. 많은 제안도 들어갔지만 그런 제안이 어떤 경로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면 민주당 혁신은 말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은 총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대선을 이길 수 있는 선거라고 낙관했다. 근거 없는 낙관에 빠져 있었다"며 "혁신이라는 과제는 늘 뒤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니, 대선이 끝나고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열망은 분노로 바뀌게 됐다"며 "그럼에도 선거 이후 문재인 후보가 받은 투표율을 자신들을 지지한 걸로 치부하는 태도를 보고 국민들은 엄청난 분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임기 대통령은 메시아가 아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비전'과 '후보'에서 새누리당에게 졌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 공약은 기존에 진보진영이 이야기한 걸 열거하는 수준에 불과했다"며 "비전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열거하는 수준이었다는 게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 제기된 문제들과, 그 경중을 가릴 수 있는 우선순위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5년 임기 대통령은 메시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후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선, 다양한 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그리고 무엇을 우선시 하겠다는 선택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무당파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야당 후보의 '늦은 출발'에 대해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선거 석달 앞두고 야당 대선 후보가 명확해졌고 단일후보가 결정된 건 한달 반을 남겨놓고서였다"며 "2007년 한나라당 경선 패배 이후 절차부심한 박근혜 후보를 바람몰이를 통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 거대한 착각"이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후보는 지난 5년 동안, '실천할 수 있는 것만 공약하고 공약한 건 이행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박 후보가 베꼈다 하더라도 이러한 이미지를 기본으로 공약을 끌고 왔다면 그의 공약이 된다"면서 "경제민주화 공약이 비록 진보진영에서 나왔지만, 문재인 후보는 짧은 기간 동안 이를 체화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처방도 제시했다.
"짧은 반성 이후, 지속해서 여의도 의회 정치에 매몰되는 한, 민주당의 패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5년 후를 생각하면서, 비전을 세우는 세력이 만들어지고, 그를 대변하는 후보가 대선을 상당기간 앞두고 나와야 한다."(김상조 한성대 교수)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나오는 숱한 반성과 성찰, 쇄신의 말들이 또 '말의 성찬'으로 끝날 것인가? 그 갈림길에 서 있는 게 민주당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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