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의 그릇된 인식이 유통법 통과 막고 있다"

시민단체들 "밤 12시부터 영업 금지하는 건 유통재벌의 논리"

시민단체가 3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그릇된 인식이 유통법 개정안 원안 통과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밤 10시부터 대형마트 영업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밤 12시까지로 연장하는 안으로 개정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제민주화와재벌개혁을위한국민운동본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등 4개 단체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박근혜 당선인은 대형마트의 밤 10시부터 영업시간 제한의 중요성도 모르면서 불명확한 근거로 기존처럼 밤 12시부터 제한하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유통재벌들이 지어낸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통법 개정안은 애초 지난달 소관 상임위원회인 지식경제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으나, 과잉규제라는 역풍이 커지자 새누리당이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대해 법사위에서 계류된 상태다. 이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영업 금지시간을 밤 12시~오전 8시에서 밤 10시~오전 10시까지로 하고 △매월 의무휴무일을 최대 2일에서 3일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박 당선인은 이중 의무휴무일 3회는 손대지 않고, 매장폐점시간만 밤 10시에서 12시로 연장하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12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 "영업시간 제한을 밤 12시부터 하느냐 밤 10시부터 하느냐 그 얘기인데 밤 10시부터로 하면 중소기업이 납품하는데 문제가 있고, 농업인들이 힘들다"며 "그래서 밤 12시로 하자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시민단체는 "원래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지지한 개정안은 밤 9시부터 영업시간을 제한하자는 것이었지만, 국회 지경위에서 여야 합의처리 과정에서 밤 10시로 조정되면서 이미 한 차례 새누리당 측 주장이 반영된 것"이라며 "게다가 현장 절대다수 중소상공인들은 밤 10시부터는 반드시 영업시간 제한이 이뤄져야 그나마 경제민주화와 상생의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 당선인이 말하는 농민과 납품업체의 피해를 두고도 "이분들의 매출이 몇 조원대로 줄어든다는 것은 유통재벌들이 일방적으로 퍼뜨리는 과장된 수치"라며 "일요일 및 야간 영업 제한으로 일시적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유통재벌들은 토요일, 월요일 집중 세일 등으로 이를 보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매출이 감소하는 부분은 결국 대규모 매장이 아니라 전통시장, 동네 상점가, 골목상권 등으로 판로가 다변화되면서 점진적으로 조정이 이뤄지게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이를 근거로 경제민주화와 민생 살리기의 핵심법안을 무산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