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전문 방송 <CNN>이 지난 7월 보도한 내용이다. 오보가 아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다. 사진작가 박정근(25) 씨 이야기다.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가 40알 동안 '콩밥'을 먹어야 했다. 지난 1월 구속수사를 받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박 씨는 억울했다. 자신이 트위터에 글을 올린 건, 단순히 북한을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북한 체제를 비판해온 사회당의 당원이기도 했다. 실제 그의 트위터에는 북한 조롱 글과 부정적인 글이 자주 올라왔다.
2010년 빼빼로데이 전날 "장군님 빼빼로 주세요"를 필두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김정일 장군님께 부탁드리면 됩니다. 알아서 신묘하게 들어가집니다", "제가 수령님 생각만 하면 주체주체하고 웁니다만", "아기 주사파는 옹위옹위하고 웁니다", "조선의 심장인 혁명의 수뇌부는 단백질이 풍부하다", "모든 것은 장군님께서 해주십니다. 홀아비에겐 아이도 갖게 해주시죠" 등.
하지만 검찰은 물론, 재판부도 박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박 씨는 지난 11월 21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유는 검찰 구속영장 내용과 동일했다. 북한계정 트위터 글을 리트윗하고 일부 스스로 작성한 게시물의 내용과 동기,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반국가단체활동에 호응하고 가세한 점이 인정된다는 것. 국가보안법 7조, 북한 찬양 고무죄다.
▲ 박정근 씨. ⓒ프레시안(허환주) |
누가 그를 조롱하고 있는가
웃기려고 한 일이 '웃지 못할 일'이 되어버린 셈이다. 외국언론에서도 '웃지 못할 일'에 지대한 관심을 뒀다. 미국의 공영방송 <NPR>은 'All Things Considered'라는 뉴스프로그램을 통해 박정근 구속수사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탄압이 한국식 새 매카시즘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방송했다.
2012년 6월 프랑스의 유명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박정근 사건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조명했다. 두 면에 걸친 기획기사에서 리베라시옹은 박정근이 해학적인 의미로 친북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음에도 이를 농담이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최대 6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웃지 못할 일을 겪은 주인공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동구 암사동 사진관 옆 카페에서 만난 박정근(25) 씨는 현재 항소를 준비 중이었다. 재판 결과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 씨는 트위터에 북한 관련 내용을 올린 건 재차 '재미'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말이 분명한데, 말투도 그렇고 억양도 특이해서 관심을 뒀다고 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현 체제가 신기한 게 큰 이유였다. 신기 반, 조롱 반으로 북한 관련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
"판사는 제가 올린 글이 비록 북한을 찬양하려는 목적으로 올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글을 올리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상하고 있었을 거라고 말했어요. 제가 찬양 목적으로 올리지 않았더라도 그 글을 보는 사람은 찬양 글로 본다는 걸 제가 알고 있었다는 거죠. 그 부분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항소를 결심했어요."
박 씨는 "담당 변호사는 우스갯소리로 금강산 여행이 재개된다 해도 나보고는 가지 말라고 했다"며 "트위터에 쓴 글을 본 북한 군사가 열이 받아 총으로 쏠지도 모른다는 게 이유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 씨는 "상식을 가진 이들은 내 트위터 글을 보고 북한을 너무 비아냥거렸다고 한다"며 "심지어 외국언론까지도 그렇게 말하는데 오직 재판부만 이를 부인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재갈 물리기에 성공
ⓒ프레시안(허환주) |
문제는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북한 관련 내용만 트위터에 올리지 못하게 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진보적인 성향인 박 씨는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 제주 해군기지가 만들어지는 강정마을, 쌍용자동차 노동자, 재능교육 노동자, 4대강 사업, 원전 등.
하지만 구속되고 재판까지 거치게 되자 그런 '정치적' 이야기는 트위터에 쓰기가 무서워졌다. 또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전엔 자신이 관심을 둔 집회 등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보석으로 풀려난 뒤론 그런 곳에 갈 엄두가 나지도 않는다고 했다.
트위터에 성적인 농담도 자주 올리던 박 씨였지만 이젠 스스로 검열을 하고 있다. 박 씨는 "움츠러들었다"고 자신을 표현했다.
박 씨는 "내 사건이 논란이 되자, 트위터에서는 더 이상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 글을 리트윗하거나 북한을 풍자하는 내용을 볼 수 없게 됐다"며 "본보기가 있으니 다른 사람도 예전처럼 쉽게 그런 내용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억압된 표현의 자유, 차기 정부는?
이런 일을 겪은 건 비단 박 씨만이 아니다. 인터넷상의 친북행위를 이유로 조사받은 수는 2008년 5명에서 2010년 82명으로 증가했고, 친북 콘텐츠 게시를 이유로 폐쇄당한 사이트도 2009년 18개에서 2011년에는 178개로 늘었다.
또한, '북한을 찬양하고 한국과 미국 정부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강제 삭제한 글이 2009년 1만4430건에서 2011년 1~10월 사이에만 6만7300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강제 삭제가 유죄를 선고받은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주로 사용하는 게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입건자 수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5명, 2007년 39명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40명, 2009명 2009년 70명, 2010년 151명, 2011년 134명으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대선을 앞둔 올해는 8월 말까지 벌써 86명을 돌파했다.
그렇다 보니 2012년 대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느냐 전진하느냐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국가보안법 유지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프레시안(허환주) |
그렇다면 박 씨는 이번 대선을 어떻게 볼까. 박 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 공안 인력을 늘리고 검찰총장이 '종북 좌익' 세력과 전쟁을 선포했다"며 "이게 지금의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박근혜 후보는 가만히 있어도 억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포스가 있다"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아마 지금보다 표현의 자유는 더 후퇴될 듯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그렇다고 문재인 후보가 된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가 한 번에 확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정치가 바뀌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박 씨는 주변 사람들이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되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거라고 이야기하는 게 싫다고 했다. 그에게 있어 이번 대선은 새로운 전환점이라기 보단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하나의 계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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