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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년짜리 '레알 방사능', MB정부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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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년짜리 '레알 방사능', MB정부 '나 몰라라'

[해설] '고준위 핵폐기물', 언제까지 '폭탄 돌리기' 해야 하나

임시보관돼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가 '폭탄'으로 떠올랐다. 폭탄 처리는 다음 정부가 맡는다.

정부는 20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개최하고 "2013년 상반기에 공론화를 시작해 2015년 이후 중간저장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건설한다"는 내용이 담긴 '사용후 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안(계획안)'을 의결했다. 2013년 민간 자문기구인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해 의견을 수렴한 뒤 2015년부터 부지 선정과 건설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이뤄지는 우라늄 핵분열 뒤 나오는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해법이 없다. 재처리해서 쓰기도 하지만, 그래도 폐기물은 남는다. 또 핵폐기물 재처리는 핵무기 원료를 생산하는 탓에 군사·외교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결국 원전을 운영하는 모든 정부가 핵폐기물을 그저 쌓아놓거나 파묻을 뿐이다. 더 이상 쌓아놓을 곳이 없다면? 그때는 답이 없다. 특히 위험한 게 방사능이 강한 고준위 핵폐기물이다. 한국의 경우, 현재 1만2342t이 원전 21기 내부 공간에 임시보관돼 있다. 이르면 2016년 부산 고리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2024년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짓겠다는 중간저장시설은 폐기물 최종처분장을 마련할 때까지 고준위 핵폐기물을 40~50년 동안 저장하는 시설이다.

방사능이 강한 폐기물을 자기 집 근처에 쌓아두어도 좋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폐기물 최종처분장은 물론이고 중간저장시설 부지를 정하는 일 역시 첨예한 갈등을 부를 수밖에 없다. 방사능의 위험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덜 알려져 있던 1990년, 안면도 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싼 거센 갈등이 그 예다. 임기 내내 원전 홍보에 골몰하던 이명박 정부가 정작 원전에서 나온 위험한 폐기물 문제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는 셈이다. 핵폐기장 건설에 따르는 지역 갈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1990년 11월 6일, 안면도 17개 초등학교를 비롯한 중, 고생의 45%인 1500여 명이 학교에 가지 않았다. 상가는 문을 닫았고, 고기잡이배들은 항구에 스스로 발을 묶었다. 안면읍 이장단 28명과 고남면 이장 14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날 안면도 주민 500여 명은 안면읍 광장에 모여 8km를 행진했다. 그들의 가슴에는 '웬일이냐 핵폐기장'이란 검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대규모 집회는 안면도 핵폐기장 건설 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안면도에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11월 9일 원자력위원회에서 이를 최종 확정하는 행정절차만 남겨두고 있었다.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7일에도 초, 중, 고교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했다. 4개 중, 고등학교는 동맹휴업을 결정했다. 학생 3000여 명이 궐기대회에 참가했다. 8일에는 1만여 명의 주민이 안면읍 승언리 시외버스터미널에 모여 핵폐기장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당시 안면도 주민은 1만6000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연륙교를 폭파하고 면사무소를 점거했다. 분노한 마을 주민은 연면지서장으로 부임한 경찰관의 승용차를 불태웠고 시위 상황을 살피러 온 태안군청 공무원을 집단폭행했다. 휴양림 공사에 사용하던 굴삭기, 현장사무실도 불태워졌다.

▲ 1990년 당시 안면도. 주민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전경의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전경 2000여 명은 주민에게 최루탄을 쏘고 폐타이어로 쌓은 바리케이드를 불태웠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주동자급으로 분류된 7명은 구속되고 주민 36명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주민의 반핵 투쟁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손을 든 건 정부였다. 1993년 3월, 김시중 과학기술처 장관은 안면도를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에서 제외했다.

당시 안면도 핵폐기장 반대 시위는 전국으로까지 번질 정도로 심각했다.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이 자기 마을에 들어선다고 하니 결사항전에 들어간 셈이다. 원자력 신규 부지 선정도 논란이 되지만 핵폐기장 선정도 늘 문젯거리다.

2016년부터 포화상태가 되는 사용후핵연료

핵폐기물은 크게 중, 저준위 핵폐기물과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로 나뉜다. 중, 저준위 핵폐기물은 원전 작업 과정에서 사용한 장갑, 방호복, 걸레 등 방사능에 노출된 물건을 말한다. 2005년 경주에 세워진 핵폐기장이 중, 저준위 핵폐기장이다.

핵폐기물에서 관심이 있어야 하는 것은 고준위 핵폐기물, 즉 사용후핵연료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말 그대로 원전에서 돌리고 남은 우라늄-풀루토늄 등 핵폐기물을 말한다.

우라늄 핵연료는 3년 정도 사용하면 원자로에서 꺼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핵연료를 넣는다. 이렇게 꺼낸 게 사용후핵연료다. 문제는 꺼낸 뒤에도 상당기간 방사능이 높고 고온이라는 점이다. 95.6%가 우라늄이고 0.9%가 플루토늄이다. 장갑, 방호복 등과는 달리 말 그대로 '레알' 방사능 폐기물인 셈이다. 사용후핵연료가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수준까지는 최소 10만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방편으로 원전 내 저장수조에 넣어 냉각시켜둔 상태다. 저장수조에 넣으면 붕괴열이 냉각되고 방사선이 차폐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수조에 넣어둔다. 이 기간은 약 30년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 역사가 짧아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수조에 저장된 상태다.

문제는 2016년이 되면 더는 저장할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원전전문가들은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이 되면 사용후핵연료 수조 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저장용량의 71%를 넘어섰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23개 원전은 매해 1만7000다발이 넘는 사용후핵연료를 만들어낸다.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4년까지 원전이 기존 23기에서 34기로 늘어나면 사용후핵연료 발생량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40년까지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2.1% 증가해 2011년(35만7000다발) 대비 거의 2배에 이르는 65만4000다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사용후핵연료, 외국은 어떻게?

외국의 경우, 원전을 운영하는 30개국 상당수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수조에서 꺼내 중간 저장 시설에 저장해 놓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또는 직접 처분하기에 앞서 만든 저장 시설을 '중간 저장 시설'이라고 말한다. 평균 30~60년 동안 사용후핵연료는 이곳에서 저장된다. 하지만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는 추세다.

장기 관리 단계에 들어가 있는 나라도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중간 저장 기간이 넘어가면 장기 관리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장기 관리 방안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핵연료를 추출하는 방안과 폐연료봉을 처분 용기에 밀봉해 지하 깊숙이 메우는 '직접처분' 방법 등이 있다. 물론 재처리해도 최종적으로는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남아 직접처분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가 장기 관리 처분을 하지 않고 중간 저장 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내버려두고 있다. 원전을 운영하는 30개국 가운데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은 대부분 지상건식 중간 저장 시설을 운영 중이다.

재처리는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되므로, 핵확산의 우려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본, 러시아, 인도, 중국, 영국 등 6개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이를 풀어야 한다. 아직까진 미국 허락 없인 재처리 시설을 만들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은 아직 재처리 기술이 미흡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 중인 재처리 기술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건식처리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다.

직접처분도 쉬운 방안은 아니다. 지하 깊숙한 암층에 수평 터널을 파서 사용후핵연료를 넣고 밀봉해 생태계로부터 격리하는 게 직접처분이다. 이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한 번 처분하면 다시 꺼내기 힘들어 재처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10만 년 동안 관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핀란드, 스웨덴 등이 이를 진행하고 있다.
▲ 김황식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은 이제 차기 정부로…

한국은 재처리인지, 직접처분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우선 중간 저장 시설부터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추진 계획'을 의결했다. 2013년 상반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본격 개시하겠다는 것인데, 2015년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사용후핵연료 중간 저장 시설을 추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식의 졸속 추진은 또다시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부지선정 과정에서 또다시 안면도 항쟁과 같은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

실제 그간 사용후핵연료 폐기장 선정은 지역 주민의 반발로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정부는 1978년 고리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총 9번의 방폐장 부지선정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나마 2005년 경주 핵폐기장이 성공한 이유는 정부가 선택한 분리정책 때문이었다. 2004년 12월 원자력위원회는 먼저 중, 저준위 핵폐기장을 짓고 그 뒤 고준위, 즉 사용후핵연료 폐기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사용후핵연료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여론을 잠재우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핀란드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을 1983년에 시작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997년까지 지역 예비 조사와 환경 영향 평가 등을 거쳐 100곳의 후보 도시 중 3곳으로 압축했다. 그 결과 1999년 지역 주민 과반수가 찬성한 올킬루오토이가 최종 처분장 예정지로 선정됐다.

2000년에는 해당 지자체 의회에서 처분장 건설을 수용하기로 하고 2001년 의회가 이를 승인함에 따라 부지 선정이 마무리됐다. 시공사는 2012년 처분장 건설 허가를 신청하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을 하고 있다. 자그마치 4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3년 만에 사용후핵연료 부지를 만들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이명박 정부는 원전이 값싸고 안전하다는 주장을 내세워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중 원전 비중을 59%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5기를 건설 중이고 6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원전의 '뒷면'인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차기 정부에 미뤄둔 상태다.

- 대선후보들은 모르는 원전의 속살

<1>
"부품 빼돌려 지은 원전, 공사자가 무섭다며 이사가기도…"
<2> '천년고도' 경주, '핵폭탄 타이머' 재깍재깍
<3> 이명박 찍었던 할배할매들 "때려 죽여도 박근혜 안 찍어"
- 후쿠시마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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