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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전문가의 고백 "국민들은 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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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전문가의 고백 "국민들은 속고 있다"

[인터뷰] 후쿠시마 원자로 설계 기술자 다나카 미쓰히코 씨

환경운동가들은 원자력발전소를 '양파'에 비유한다. 도통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의혹은 벗겨내고 벗겨내도 계속 새로운 게 나온다. 이 같은 이유는 원자력발전소와 관련된 정보의 접근성이 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비밀'에 부쳐진다. 그러면서 정부나 원자력 전문가는 앵무새처럼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한국의 경우, 원자력발전소가 지어진 이후 2011년까지 총 651건의 고장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23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운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적은 사고발생수다. 원자력발전소 고장 등에 따른 발전 손실률(비계획손실량/발전가능량)은 0.41%로 원전 10기 이상 보유국(12개) 평균 4.79%의 11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장률이 현저히 낮다는 통계수치를 액면 그대로 믿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사고 발생 여부가 외부에 제대로 공개도 되지 않을 뿐더러 한국수력원자력이 발표한 내용 말고는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만난 일본 과학평론가이자 전 원자로 설계 기술자인 다나카 미쓰히코 씨(69)는 "분명하게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연간 300건 정도의 사고가 발생하는데, 상식적으로 한국에서만 사고율이 낮다는 건 원자력발전소 구조상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 다나카 미쓰히코 씨. ⓒ프레시안(허환주)

"원전에서 사고 나도 온갖 방법으로 은폐한다"

다나카 씨는 1968년 일본 전기 제조업체인 히타치제작소 자회사인 '바브코크히타치'에 입사한 뒤 원자로 설계 등을 담당하다가 1977년 퇴사했다. 이후 체르노빌 사고를 접하고 자신 역시 그러한 재앙에 일조했다는 자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반핵운동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조사하는 위원으로 활동했다. 일본 국회는 '후쿠시마사고 조사위원회법'을 만들고 10인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10월 초에는 그간 조사한 내용의 결과물을 책으로 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4박5일 일정으로 10일 한국을 방문했다. 삼척, 울진 등을 돌아다니며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점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다나카 씨는 "일본도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은폐하려 한다"며 "발전소가 하루 쉬면 엄청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과거 사고 은폐가 들통 나 난리가 난 적도 여러 번 있다"고 밝혔다.

다나카 씨는 발전소에서 문제가 생겨도 은폐할 수 있는 건 "자기네들만 조용히 하면 (외부에서는)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과거 원자력발전소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할 때도 그런 '일'을 벌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4호기를 설계했다.

"원자력발전소는 운전 중에도 문제가 발생하지만 제조사가 만드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1970년대에 제작한 도쿄전력 후쿠시마 4호기 원자로(가압수형)가 압력용기의 열처리를 잘못해 대형 뒤틀림이 발생했다. 결정적 하자가 생긴 것이다. 당시 어떻게 할까 사람들끼리 고민을 하다 결국 도쿄전력 쪽에 거짓말을 하고 한 달 정도 다시 뒤틀린 부분을 펴는 보수 작업을 했다. 그 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겼다.

그게 가능했던 건 우리끼리만 입을 다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에서 어떻게 알 수 있겠나. 하물며 도쿄전력을 감시해야 하는 정부는 더욱 이런 사실을 알 리가 없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다나카 씨는 이런 문제는 도쿄전력, 즉 원전 제조업체와 일본 정부 사이에도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다나카 씨는 "도쿄전력 또는 원전 제조업체는 원전 관련 기술적인 지식을 국가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원전을 규제하고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전력사, 제조사 등에 휘둘리게 된다"고 밝혔다.

다나카 씨가 자신이 참여한 후쿠시마 조사위원회에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보다는 사회적 원인을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나카 씨는 도쿄전력이 어떤 식으로 규제를 피했으며 감시를 받지 않고 어떻게 원전을 운영해왔는지를 낱낱이 파헤치는 데 주력했다.

다나카 씨는 "이런 구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됐다"며 "규제를 해야 할 정부가 되레 도쿄전력에 지배당했다는 증거를 이번 보고서에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나카 씨는 "한국도 일본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도 참고할 게 많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원전 정책과 산업의 두 축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다. 지경부가 에너지 수요 전망과 에너지 수급계획을 발표하면 이에 따라 원전 추가 규모가 정해진다. 원전 연구·개발과 안전 규제는 교과부 몫이다. 원전 기술 개발은 교과부 원자력국이, 안전 점검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맡고 있다.

원전은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100% 운영한다. 원전 건설은 한 기당 2조 원 이상이 드는 대형 건설 사업으로, 현대건설·두산중공업·삼성물산·대림산업·대우건설의 5개사가 국내 원전 건설을 맡아왔다.

교과부와 지경부라는 두 축에 원자핵공학자, 방사선 전문가 등 학계가 용역 연구와 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원자력과 관련된 전문가 집단이 원자력 정책 결정을 독점하면서 비판적 접근은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실제로 원자력 정책 관련 최고 심의·의결 기구인 원자력위원회의 경우 민간 위원 7명 중 5명이 원자력 확대에 앞장선 이력을 지니고 있다.

▲ 후쿠시마 원전 내부 모습. ⓒ로이터=뉴시스

"과거로 되돌리긴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다나카 씨는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를 두고 후쿠시마 원전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다나카 씨는 "후쿠시마 조사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폭발 원인으로 쓰나미가 아닌 지진의 영향도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그간 쓰나미에 의해서 폭발이 났다고 했지만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조사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다나카 씨는 "한국은 지진이 나지 않는 지역이라며, 난다 하더라도 약하게 발생한다며 원자력발전소 내진설계를 진도 6.5 기준으로 설계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규모를 기준으로 내진설계를 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지진은 발생 지점으로부터 거리, 가속도 등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는 것.

더구나 다나카 씨는 원전이 지진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요소에 의해 폭발할 수 있는 불안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를 예로 들며 "이 사고도 지진과 무관했다"며 "지진도 무섭지만 원전 가동 중 불의의 사고, 테러의 위험 등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절대 신용해선 안 되는 핵발전소 옹호 학자들의 말만 믿고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믿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나카 씨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선 핵발전소를 없애라는 국민의 여론이 70~80% 정도 된다"며 "후쿠시마 이전과 이후를 기점으로 일본이 핵발전소를 바라보는 시선은 완벽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다나카 씨는 "아직 한국은 그런 일을 겪지 않아서 그런지 원전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일본과 비슷하다"며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일이 벌어진 뒤엔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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