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관리 소홀로 아동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면 학교를 운영·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김성곤 부장판사)는 30일, 2010년 발생한 초등생 성폭행 사건(일명 '김수철 사건')을 두고 "어린 학생들이 등하교하면서 범죄행위에 노출될 수 있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으나 학교 측의 보호·감독 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피해자) A양의 학교 교장과 교사가 소속된 지방자치단체는 원고들이 입은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 소송의 피고는 서울시지만,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교육·학예 관련 사무로 인한 소송은 교육감이 시·도를 대표하게 돼 있어 실제 소송은 서울시교육청이 수행했다. 잘못은 지자체의 교육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교육청에 있지만, 교육청은 법인이 아니어서 법적 책임은 '법인'인 서울시가 진다.
재판부는 A양이 위자료로 청구한 5000만 원을 전액 인정했으며 3년 동안의 치료비 640여만 원도 책임지도록 했다. 또한, A양 부모에게 각 1500만 원, 동생에게 300만 원 등 총 894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근거는 김수철 사건이 예견 가능한 범죄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교문에는 경비원 등 범죄를 막을 인력이 없었고, 당직 여교사는 범인 김수철이 학교 건물에 들어온 것을 발견했지만 단순히 그를 내보내기만 했을 뿐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수철의 옷차림이 통상 자녀를 만나러 오는 학부형으로 보기 어려웠다"며 "당시 자율휴업일로 등교를 하는 학생들도 많지 않아 이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도색 작업을 하고 있던 인부들도 김수철을 수상하게 생각했고, 당직교사가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온 김수철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보고 잘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비춰보면, 범행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민 복지 등을 위해 학교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보호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을 정당화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학교는 어린 학생이 등·하교하면서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별히 주의해야 하지만 당시 학교가 보호·감독을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학교장이 판단해 정하는 자율휴업일이어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출근하지 않았고, A양이 학교 현관에서 어머니와 헤어지고 혼자 다른 건물로 걸어가는 짧은 순간에 범행이 일어나 학교로서도 대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교 측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김수철은 2010년 6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A양을 납치해 1km 정도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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