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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로 일관하는 현병철에게 다시 배달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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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로 일관하는 현병철에게 다시 배달된 '선물'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 선배인 우리는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게 또다시 '선물'이 배달됐다. 앞서 인권단체는 현병철 위원장 후보자에게 '짝퉁' 신발, 부동산 전단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것을 풍자하기 위한 선물들이었다. 현 후보자는 이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 다산인권센터는 2일 현 후보자에게 또다시 호박씨와 거울, 빗자루, 이삿짐센터 안내문, 지하철 티켓, 쌍용자동차 농성장 무료 숙박권, 강정마을 1회 출입증 등의 선물을 보냈다. (바로 가기 ☞ : 두개의문과 웬수)

이들은 동봉한 편지에서 "지난번 편지에서 말씀드린 대로 인권운동 선배인 우리는 (사퇴할 때까지) 먼저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며 "다시 세심한 마음으로 보낼 선물을 포장했다"고 선물을 보낸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호박씨 까는 솜씨가 만만치 않음을 보고 호박씨 한 웅큼과 당신이 찾기 힘든 '양심'을 찾아보라고 거울을 동봉했다"며 "찾아낸 양심이 있다면 바로 집무실을 정리해야 할 테니 작은 빗자루 세트로 넣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신은 인권위가 보듬어 안아야 할 이들을 왕따시킨 장본인"이라며 "집에서 쫓겨난 철거민, 직장에서 내몰린 노동자, 살던 곳에서 살아가야할 주민의 아픔 모두를 따돌림 해버린 당신"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람들은 평생 인권을 입에 올리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며 "그런 평범한 이들이 인권을 입에 올리는 순간은, 인권이 절박해질 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런 이들이 찾아오는 곳이 인권위"라며 "하지만 그들을 당신은 문전박대했고 박해자의 편에 서서 독재를 운운하며 부역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선물을 사러 다니고 우체국을 드나드는 인권운동 선배님들의 고난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당신이 정신 차릴 것을 다시 한 번 정중히 요청한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래는 동봉한 편지 전문.

왕따 위원장에게

35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들입니다. 런던에서 들리는 올림픽소식보다 더 달구어진 뉴스들로 넘치는 요즘, 위원장님의 심기는 어떠십니까? 한 아이돌 그룹에서 왕따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그룹 구성원 한명에게 가해졌다는 따돌림이 결국 그룹의 잠정 활동 중단, 이미지 악화로 치닫고 있습니다.

왠지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새누리당까지 나서서 당신의 재임명 반대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외롭고 서러워 눈물 흘리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니면 완고한 청와대의 입장에 희망을 걸고 청와대 어느 출입구를 드나들고 계실까요? 늘그막에 찾아왔다고 생각한 관운의 영광이, 전 생애를 들추어 누추하고 비루한 인생이었음을 증명하는 악재가 되었다고 느끼고 계실까요? 하기야 이런 인간다운 감수성을 당신에게 기대하는 우리도 딱하군요. 지금까지 당신이 보여준 거짓말과 몰염치를 봤으면서도 말입니다.

▲ 현 후보에게 보낸 선물들. ⓒ다산인권센터

지난번 보내드린 선물은 거절하셨나 보더군요. 등기우편이라는 것이 수신자가 우편을 받게 되면, 보낸 사람에게 문자로 친절하게 안내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우편이 잘 도착했으니 안심하라는.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당신에게 보낸 등기우편의 안부를 듣지 못했습니다. 우편물의 거처가 불분명한 것을 보니, 수신거부 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쪼잔'하십니다.

그러나 지난번 편지에서 말씀드린 대로 인권운동의 선배인 우리가 먼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시 세심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보낼 선물을 포장했습니다. 당신이 청문회에서 한 허위증언을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반대와 국가인권위 바로세우기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에서 잘 정리해 놓았군요. 자기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당신을 위해 곱게 출력해 동봉합니다.

국회에서 호박씨 까는 솜씨가 만만치 않음을 보고 호박씨도 한 웅큼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참, 찾기 힘들어하실 것을 좀 찾아보시라며 거울도 이쁜 것으로 샀습니다. 그게 무얼까요? '양심'입니다. 행여 거울을 보며 노욕에 늘어난 초라한 늙음을 한탄하지 마시고, 제발 양심이라는 것을 찾아보시길 권유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양심이 있다면 바로 집무실을 정리하셔야 할 테니 작은 빗자루 세트도 필요하실 겁니다. 당신이 떠난 자리에 먼지 한웅큼도 남기지 말아주십시오. 제대로 선 국가인권위원회에 당신의 흔적은 반인권의 역사기록으로 충분할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삿짐센터 안내문도 첨부합니다. 2010년에 한국물류대상을 수상한 우수한 기업이라고 하니, 믿고 맡기셔도 될 겁니니다.

퇴임 후 집까지 타고가실 지하철 티켓 하나와, A4용지도 한 장 넣었습니다. 스스로를 백지라 선언한 것에 대한 보증서입니다. 당신의 백지 같은 순수함이 우리의 인권을 백지상태로 돌려버렸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도 되길 바랍니다.

또 하나 당신이 정말 모를 일 하나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인권위를 가장 인권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압니까? 당신 옆에 기생하며 인권의 단물을 빨아 이권을 챙기는 당신을 똑 닮은 사람들에 둘러 쌓여있을 테니, 잘 보이지 않을 테지요. 당신 따위 인간들 때문에 통으로 욕을 먹고 있지만, 소명감과 성실함으로 인권위 10년의 역사를 쓴 사람들. 그들이 지금 국가인권위라는 조직에 존재하는 유일한 '인권'들입니다.

그들이 '두개의 문과 대웬수'라는 호칭을 당신에게 부여했더군요. 그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당신 때문에 부끄럽게 사는 양심들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호칭에 인권단체 활동가로써 공식 확인증을 썼습니다. 그것도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국어사전 신조어로 등록되고 있는 '현병스럽다' '병철답다'의 다양한 정의들도 정리해서 보냅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게 정의를 내려주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유명인이 되셨습니다, 당신은.

몇 개만 우선 알려드리겠습니다. 자랑스러우셨으면 합니다.

△'현병스럽다' : 형용사. 시종일관 임명권자의 의중을 헤아린다는 의미. 주변의 쓴 소리나 비판에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중의적 표현으로 쓰임. 용례 : 최근 보궐선거 이후 측근들의 더욱 현병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병철답다' : 형용사. 꼼수에 능하다는 의미의 직설적 표현. 비유적 의미로 대부분의 정보를 측근끼리만 공유하고, 편 가르기에 능하다는 뜻도 있다. 유사어는 '속 보인다'.

자, 이제 마지막 선물입니다. 앞서서 당신이 왕따의 감수성을 체감하시고 계시리라 생각하고 그렇게 불러드렸습니다만, 사실 당신은 인권위가 보듬어 안아야할 이들을 왕따시킨 장본인이었습니다. 집에서 쫓겨난 철거민, 직장에서 내몰린 노동자, 살던 곳에서 살아가야할 주민들의 아픔 모두를 따돌림 해버린 당신.

▲ 현병철 위원장 대행에게 보내진 쌍용자동차 농성장 무료 숙박권. ⓒ다산인권센터
사람들은 평생 인권을 입에 올리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 평범한 이들이 인권을 입에 올리는 순간은, 인권이 절박해질 때입니다. 그런 이들이 찾아오는 곳이 인권위입니다. 그런데 그들을 당신은 문전박대했고 박해자들의 편에 서서 독재를 운운하며 부역했습니다. 그런 당신...참회는 교회에서 하지 말고 그들 앞에서 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쌍용자동차 농성장 무료 숙박권과 강정마을 1회 출입증을 드립니다. 당신이 온다면, 마을주민들이 거부할 게 뻔하기 때문에 인권단체 보증서 하나쯤은 있어야할 듯해서 말입니다.

오늘 당신은 신속하고 긴급하게 성명서 하나를 냈더군요. 중국에서 고문피해를 받은 김영환 씨 인권보호를 위한 성명이었습니다. 잘 봤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북한인권 침해 신고를 받으면서 탈북자들의 주소를 기재해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였고 심지어 장애인 인권침해자로 인권위원회에 제소되지 않았습니까? 국제사회에 인권문제를 제기하기에 자격이 있는 분은 아니겠지요? 자, 인권의 중요한 의제들은 적합한 사람들에게 맡기시고 그냥 조용히 물러나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날이 너무 뜨겁습니다. 선물을 사러 다니고, 우체국을 드나드는 인권운동 선배님들의 고난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당신이 정신 차릴 것을 다시 한 번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옷 벗고 난후, 찾아오시면 뒤늦었지만 인권교육 꼭 해드리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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