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담합 사태 일파만파, 해외 소송 이어질 수도

파생상품 중 일부 CD 금리 폐기된 이후 규정 갖추고 있지 않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담합이 사실로 드러나면 역대 최대 집단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영국의 리보 조작 사태와 같은 국제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20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을 통해 CD 금리 담합이 사실로 밝혀지면 금융회사에 부당 이익금 반환을 요구하기로 했다. 여의치 않으면 피해자를 결집해 대규모 집단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연행 금소연 회장 대행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를 갖고 장난을 친 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의 등을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회장 대행은 "5월 말 기준으로 CD 금리 연동대출을 받은 사람 총액이 315조 원 정도 된다. 이런 상황에서 0.1%포인트 금리를 조작했다고 간주한다면 약 3000억 정도의 부당이득을 은행이 취한 개 된다"고 말했다.

조 회장 대행은 "시중은행 자금 부서장 간담회가 친목모임이라고 하지만 이 친목모임이라는 게 업계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서 가장 첨예하게 결정해야 하는 금리 사안이 있음에도 단순히 식사만 한다고 보긴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금소연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642조7000억 원 중 49.1%(315조5,657억 원)가 CD 연동대출이다. 은행이 CD 금리 조작으로 0.5%포인트의 이자를 더 받았다면 연간 약 1조60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셈이다. 금소연은 "그간 다른 금리와의 격차 및 CD 금리 적용기간을 따지면 피해금액이 20조 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소연은 "올 들어 3개월 넘게 CD 금리가 고정된 것도 모자라 평소 시장금리가 상승할 때는 빨리, 떨어질 때는 늦게 반영해 대출자의 피해를 키웠다"며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의 담합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협회 등 다른 소비자단체들도 조사 결과에 따라 행동에 나설 태세다.

▲ CD 금리 조작 의혹 조사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뉴시스

국제소송도 이어질 듯

문제는 담합 사태가 국내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D 금리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은 이자율스와프 4332조 원, 이자율선물도 5조1000억 원, 이자율옵션 250조3000억 원 등 총 4587조 원에 달한다. 이 중 90%가량이 CD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CD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구조화채권인 변동금리부사채(FRN)가 20조3000억 원, 파생상품연계증권(DLS)이 6조8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FRN이나 DLS의 경우, CD 금리가 조작으로 판명돼 폐기되면 대체가격을 결정하거나, 청산절차를 밟게 돼 있다. 하지만 기초자산, 즉 CD 금리가 바뀌는 경우엔 어떻게 할지를 규정하지 않은 상품도 있다. 최근 리보 조작 사태 때처럼 국제법률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또한, CD 금리가 조작으로 판명 난 뒤, 다른 대체금리가 생긴다 해도 문제는 있다. 대체금리는 하루아침에 안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파생상품을 대거 털어버릴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