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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에 삽 대신 호박을, 공사 대신 농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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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에 삽 대신 호박을, 공사 대신 농사를"

[현장] 철거 위기에 놓인 두물머리 유기농지 지키기 나선 시민들

쿵짝소리에 맞춰 신나는 춤판이 벌어졌다. '몸빼' 바지에 밀짚모자 쓰고 장화신은 20대 청년들이 가지, 호박 등을 들고 대한문 앞 광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대한문 옆에 설치된 스피커에선 '두물머리에 공사 대신 농사를'이란 생소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인디 음악가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부르고 있었다.

"두물머리에 공사 대신 농사를, 삽~삽~삽~, 괭이~괭이~괭이~, 호미~호미~호미~"

묘한 박자에 맞춰 야마가타 씨가 노랫말을 읊으면 춤을 추던 사람들은 손에 있는 호박 등을 머리 위로 올리며 함께 끝말을 외쳤다. 몇 곡의 노래를 부르며 대한문 앞 광장을 돌아다녔을까. 이윽고 함께 춤을 추던 50여 명의 시민들은 일렬로 서더니 '모내기'를 시작했다. 일명 '아스팔트 모내기'였다. 손에는 모내기 할 모 대신 분필이 들려 있었다. 분필로 바닥에 깨알같이 모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였다.

18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는 팔당공동대위와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 대작전(두유작전), 4대강 복원 범국민 대책위원회 주최로 '세계최초' 유기농 집회가 열렸다. 4대강 사업 현장인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지가 현재 강제 철거될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 대한문 앞 광장에 분필로 모내기 심기 퍼포먼스를 진행 중이다. ⓒ프레시안(허환주)

두물머리는 경기 양평군 양수리에 위치한 곳으로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는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가 있지만 서울지방국토청은 4대강 사업 구간 공사를 위해 18일까지 자진철거를 통보했다.

지난 17일부터는 시공업체가 불도저, 덤프트럭 등의 장비를 투입해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두물머리 4대강 시공사인 코오롱 건설은 17일 아침 6시께부터 예고 없이 공사를 시작했고, 7시 30분께 이를 발견한 농민들과 지역주민, 천주교연대 등이 중장비를 막으며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오후 들어 시공사 측 장비들은 철수했지만 용역들은 현장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두물머리 농민들은 대법원 판결도 남아 있고 정치권과 종교계, 시민사회에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시공사가 기습적으로 공사를 시작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국토부가 직접 농민들과 대화에 나서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새다. 이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대한문에 모인 이유다.

"우리가 심은 모를 가을에 수확하러 가자"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제남 통합진보당 의원은 "5월에 가서 모를 심었는데 그 모가 가을에는 수확할 수 있다"며 "힘들게 농사를 지었는데 그것을 수확하지 못한다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팔당 유기농 단지는 생명의 땅으로 우리에게 생명을 심는 기쁨을 주고, 생명을 수확하는 기쁨을 주고, 생명을 나누는 기쁨을 준다"며 "그런 땅을 지키는 농민들에게 국토부는 폭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국토부가 우리에게 밥을 주진 못 한다"며 "우리가 심은 모를 가을에 수확하러 가자"고 독려했다.

두물머리에서 들깨와 참깨를 기른다는 조언정 팔당마실교회 목사는 "우린 무작정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짜내서 후손들에게 생명이 흐르는 땅을 물려주자는 것"이라며 "토건 세력들이 이 땅을 짓밟는 상황에서 우리의 어머니인 토지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이상림 씨 부인 전재숙 씨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 22명이 세상을 떠난 것은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외침이었다"고 말했다. 전재숙 씨는 "두물머리도 쌍용자동차에서 세상을 떠난 이와 마찬가지"라며 "지금의 정부는 농사짓고 살고 싶다고 외침을 눈과 귀로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재숙 씨는 ""힘없는 우리들이 똘똘 뭉쳐 싸워나가자"며 "두물머리는 꼭 승리할 거라 믿는다"고 독려했다.

앞서 팔당공대위는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행동연대'를 결성하고 본격 대응에 나섰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등은 16일 국토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물머리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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