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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그들도 누군가의 매형이고 아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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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그들도 누군가의 매형이고 아버지입니다"

[현장] 김진숙 "22명의 피눈물 안고 끝까지 함께 하자"

무대 위에 오른 <화차> 영화감독 변영주 씨는 "송경동 시인과 하루 동안 같이 보내는 티켓을 팔겠다"며 "20만 원부터 시작하겠다"고 운을 뗐다. 변 감독 옆에는 송경동 시인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 서 있었다.

2011년 희망버스를 기획한 송 시인이었지만 대한문 앞을 가득 매운 1000여 명의 시민에겐 인기가 없는 듯했다. 변 감독은 "(경매에 응하는 사람이 없어) 여기서 정리를 해야 할 듯하다"며 경매를 접으려 하자 다급한 송 시인은 "술도 사고, 덤으로 심보선 시인도 함께 한다"고 경매를 독려했다. 그 말이 좌중을 폭소케 했다.

11일 쌍용자동차 22명 희생자 분향소가 있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22명의 희생자를 위로하고 연대하는 락 문화제'가 열렸다. 앞서 '함께살자 100인 희망지킴이'가 주최한 바자회의 연장선이었다. 바자회 수익금은 모두 쌍용자동차 해고자 생계비로 지원된다.

안 팔릴 줄 알았던 '송경동 하루 이용권'은 예상외로 30만 원에 쌍용차 해고노동자 심리치유 프로젝트 '와락(http://thewarak.com)'을 운영하는 정혜신 박사에게 돌아갔다.

▲ 문화제에 참석한 김제동씨가 객석으로 내려가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김제동 "그들도 누군가에겐 매형이고 아버지다"

문화제는 한 마디로 '난장'이었다. 허클베리핀 공연부터 박제동 화백의 노래공연까지 시종 웃음과 즐거움이 넘쳤다. 이날 백미는 방송인 김제동 씨의 토크쇼였다. 김 씨는 특유의 입담으로 좌중을 연신 웃게 만들었다.

"이 자리는 웃겨야 할 부담이 없어 좋다. 돈 안 받고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면 나도 잘 생겼다. TV가 개판으로 나와서 문제다."


김 씨가 농담만 한 건 아니다. 김 씨는 자신의 가족사를 이야기하며 쌍용자동차에 관심을 갖는 배경, 그리고 이 문제에 사람들이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는 "1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지 100일도 되기 전에 돌아가셨다"며 "어릴 때 아버지나 형이 없는 게 부러운 적은 많지 않았지만, 딱 하나, 친구들이 타는 썰매를 볼 때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무리 정성껏 썰매를 만들어도 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며 "그렇기에 다른 친구들이 아버지나 형이 만들어준, 각 나오는 썰매를 타고 다니는 게 그렇게 부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큰 누나가 결혼해 매형이 집을 찾아왔다. 전라도 사람인 매형은 무뚝뚝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런 매형이 내가 썰매가 없는 걸 알고는 썰매를 두 개나 만들어줬다. 그 중 하나는 앉아서 탈 수 있는 썰매였다. 자동차로 치면 벤츠였다. 매형이 썰매를 만들어준다 해 신이 나 철사를 사러 철물점을 향해 뛰어가던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김 씨는 "그런 소중한 매형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배를 만드는 노동자였다"며 "지금은 돌아가셨다.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누나들도 일명 '공순이'였다"며 "그런 매형과 누나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분들이 겪는 마음을 100% 이해하진 못하지만 늘 함께 하고 싶었다"며 "그들도 누군가에겐 매형이고 아빠고, 형이고 엄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런 생각에는 좌도 우도, 정치도 이념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외면 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라며 앞으로도 쌍용자동차 싸움에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 김진숙 만주노총 지도위원. ⓒ프레시안(최형락)

김진숙 "검은색을 푸른색으로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도 관심과 동참을 강조했다. 김 지도위원은 "희망버스 때 연대해준 쌍용차 동지들에게 고맙다"며 "22명의 피눈물 나는 오늘을 안고 웃으며 끝까지 함께 해서 공장으로 돌아가자"고 독려했다.

김 지도위원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소박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다"며 "하지만 자본가들은 그들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결국 노동자들은 몸과 영혼이 약해졌고 죽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며 "이제 우리는 잿빛을 초록으로, 검은색을 푸른색으로 바꾸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송경동 시인은 "우울한 이곳 대한문 분향소 앞이 신명나는 듯하다"며 "한진중공업을 향한 1차 희망버스 때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송 시인은 "오늘의 이 자리가 쌍용자동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출발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23은 기억하지 않도록, 가난과 소외받은 모든 이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날 문화제에 앞서 대한문 앞에서는 비자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노래 부르는 박재동 화백 ⓒ프레시안(최형락)

▲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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