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메이데이를 맞아 1일 서울광장에서 제122주년 세계노동절(May Day) 기념대회를 열고 총파업투쟁 출정식을 진행했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서울, 수도권 지역 조합원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대회는 대구, 부산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같은 시간대에 각각 진행됐다. 전국적으로 총 5만여 명의 노동자가 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으로 내건 3대 핵심 요구는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철폐 △노동법 전면 재개정이다. 이번 노동자대회는 예년의 기념대회를 넘어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선언하는 총파업투쟁 결의대회였다.
"노동자는 악법을 바꾸는 역사의 주인"
이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는 악법을 지키는 사람도 아니고 악법을 어기는 사람도 아닌 악법을 바꾸는 역사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며 "비정규직악법과 정리해고악법, 노동조합 탄압 도구로 전락한 노조법전면재개정을 위한 8월 총파업투쟁에 나서자"고 독려했다.
김 위원장은 "한순간도 노동자임을 포기하지 않고 1600여 일을 싸워온 재능지부를 비롯한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전북버스 동지들, 언론독립을 위해 최장기파업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언론노조 동지들, KTX 민영화에 맞서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는 철도노조 동지들, 그리고 1년 365일 상복을 입어야 하는 쌍용차 동지들의 투쟁에 대해 80만 조합원을 대신해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 메이데이에 참석한 16개 단체 대표들이 무대 위에 올라 발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이 순간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의 승리를 위해 노동자의 의리로 연대하고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며 "언론노조를 지키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가 없고, 쌍용자동차 동지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면 민주노총도 죽는다"고 총파업 참여를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정리해고 때문에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물어야 한다"며 "또한 최시중 방통대왕의 언론장악 음모, 비정규직문제, 심야노동 철폐 등에 대한 답변을 우리는 총파업을 통해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지난 1월 31일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8월 총파업투쟁을 결정하고, 4월 24일 전국단위노조대표자 수련회에서 총파업투쟁 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오는 6월29일 산별 임단투를 발판으로 한 1차 경고파업에 이어 8월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죽어가는 동지를 보며 언제까지 눈물만 흘릴 건가"
현장으로 복귀하기 위해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 동안 풍찬노숙을 하며 싸우고 있는 투쟁 사업장 대표들도 총파업 참여를 호소했다. 1600일째 싸우고 있는 유명자 재능교육지부 지부장은 "우리가 원한 건 그저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뿐이었다"며 "하지만 그것이 이렇게까지 어렵고 먼 길인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유 지부장은 "거리에서 싸우는 동안, 시위꾼으로 몰리기도 하고, 불순한 목적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우리도 이젠 지쳤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유 지부장은 "언제까지 우리는 거리에서 죽어가는 동지들을 보며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이 자리에 모여 앉아 있는 게 아니라 투쟁을 통해 노동자가 연대를 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그날은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77일간 옥쇄파업 이후 아직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은 "한상균 전 지부장이 교도소 독방에 갇힌 지도 3년이 되어간다"며 "그 안에서 얼마 전 22번째로 죽은 노동자의 소식을 들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피가 마르겠느냐"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왜 우리가 이 자리에 모였는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양심으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오로지 싸우는 것만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총파업 참여를 독려했다.
ⓒ연합뉴스 |
앞서 민주노총은 서울역 광장에 모인 뒤, 곧바로 서울광장까지 편도 차선을 점거하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또한, 노동절 기념대회에 앞서 열린 사전대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했다. 현직 서울시장이 민주노총의 노동절 집회에 공식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시장들은 한국노총 노동절 집회에는 참석했으나 민주노총 집회에는 불참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인간답게 살지 못한다"며 "민주노총 조합원과 함께 사람이 사람답게, 노동자가 인간다운 조건에서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1일부터 서울시 본청과 시 산하기관 비정규직 종사자 1133명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박 시장은 노동절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비정규직 직원 정규직 전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모든 분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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