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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 자살 중학생 형, 미니홈피 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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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 자살 중학생 형, 미니홈피 글 보니…

"개그콘서트 구경 약속 못 지켜서…미안하다 동생아"

경북 영주에서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은 중학교 2학년 이모 군의 형(17)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글을 남겼다. 이모 군은 지난 16일 아침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신이 살고 있는 20층 아파트 창문으로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이모 군 형은 17일 동생의 빈소를 지키던 오후 1시께 글을 썼다. A4 한 장 분량의 글에는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이모 군 형은 "미안하다. 형이 너무 못났다. 니네 형은 아무것도 몰랐다"며 "티라도 내지, 형한테만은 말해주면 다 알아서 해줄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고 동생의 상황을 알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했다.

이모 군 형은 "힘든 거 모르고 살아서 더 미안하다. 할 말이 이거밖에는 없다"며 "내 동생 씩씩했는데, 이런 일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미안하다. 형이 대화할 때도 요즘 행복하다는 새끼가 너 왜 그러고 있니. 학원 갔다 왔다고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찾아올 것만 같다"고 죽은 동생을 그리워했다.

이어 이모 군은 "내 동생, 집에 있을 거 같다. 학교 갔다 왔다고 나랑 카드 게임할 것만 같다"며 "엄마, 아빠 몰래 잠 안자고 새벽 니 방에서 개임할 것 같다. 오늘도 아무리 봐도 안 믿긴다"고 동생의 죽음을 믿지 못했다.

이모 군 형은 미리 동생의 상황을 알지 못한 걸 자책하기도 했다. 이모 군 형은 "너보다 나이도 더 많은데 생각이 없었던 거 같다"며 "괜찮다는 말 다 믿고 지내서 미안하다"고 홈페이지에 적었다.

이모 군 형은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못 해준 거 밖에 생각이 안 난다"며 "개그콘서트 구경 시켜준다는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 학교폭력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학생들. ⓒ연합뉴스

가해 학생 "장난삼아 그랬다"

이 군은 지난달 중순부터 전 군한테 날마다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군은 17일 "장난삼아 그랬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이군이 유서에 이름을 남긴 최모 (13)군도 이 군을 때렸고, 이 군이 이름은 밝히지 않은 진모 (13)군도 심하진 않아도 이 군을 괴롭힌 혐의가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전 군은 등 뒤에서 툭하면 이 군의 몸을 연필로 찌르기도 하고, 이 군이 그린 그림에 붓으로 물을 뿌리기도 했다. 숨진 이 군은 2년 전 전 군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지만, 중학교에 진학한 뒤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다시 만났다.

이군이 목숨을 끊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달 들어 전 군한테서 이른바 '패밀리'라고 불리는 학교 서클에 가입하라는 강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 군의 가입 압박을 견디다 못한 이 군은 지난 14일 서클에 가입했다. 이 서클은 전 군이 초등학교 동창생을 중심으로 만들었으며 10명이 가입해 몰려다니곤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군은 죽기 직전 쓴 '유언장'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한 달 넘게 같은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군은 "그 녀석은 내 뒤에 앉았었는데 매일 같이 나를 괴롭혔다. 수업시간에 뒤에서 때리고 쉬는 시간에는 나를 안으려고 하고 뽀뽀를 하려고 했다"고 자신이 겪은 괴롭힘 내용을 자세히 서술했다.

이 군은 서클에 강제로 가입한 게 자살을 하게 된 이유라는 것도 명시했다. 이 군은 "마치 내가 그 녀석의 부하나 꼬봉이 된 느낌이 들었다"며 "나는 꼬봉이 되기 싫다. 나는 그 자식과 노는 게 싫다. 나는 주말에 그 자식과 노는 건 제일 싫다. 그래서 자살하려 한다"고 유서에 썼다. 이 군은 서클에 가입한 다음날부터 전 군을 계속 따라다녀야 했다고 썼다.

이 모 군, 죽기 직전까지 자살 망설여

자살한 이모 군은 죽기 직전까지 자살하는 걸 망설였던 걸로 경찰조사 밝혀져 유가족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모 군이 사는 아파트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경찰이 17일 확인한 결과, 이 군은 16일 아침 7시56분께 집을 나섰다가 1분 뒤 다시 집에 돌아온 뒤, 아침 8시8분께 자신이 사는 아파트 1층에서 20층까지 승강기를 타고 올라갔다.

이후 8시12분껜 친구들에게 '늦어서 학교에 못간다'는 문자를 보냈다. 8시54분께 자신을 괴롭혔던 같은 반 전아무개(13)군에게 '장례식에 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문자를 남겼다. 그리고 30여 분 뒤 이 군은 투신했다.

승강기를 탄 시점부터 1시간20여 분 동안 아파트 20층에서 이군은 무척 갈등하며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이모 군이 죽기 전 아파트 창문에 매달려 구원을 요청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모 군은 자살하기 직전, 마음을 고쳐먹고 창문 난간에 매달려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경찰 조사 밝혀졌다. 20층에 사는 대학생 김모 (22·여)씨는 아파트 창문에 매달린 이 군을 목격하고 급히 집에 있는 사촌오빠 이모 (22·대학 휴학)씨를 불렀으나 그 사이 이모 군은 추락하고 말았다.

경북 영주경찰서는 이 서클이 ㅇ중학교 학생 7명과 다른 중학교 학생 3명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 학생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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