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정권 실세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와 맞대결에서 아깝게 패한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를 꼽을 수 있다. 방송사 출구 조사 결과에서는 천 후보가 50.5%의 지지율을 얻어 이재오 후보의 47.3%에게 3%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결과는 천 후보가 이재오 후보에게 1.1% 뒤진 48.4%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이재오 후보는 49.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방송사 출구 조사는 천 후보에게 유리하게 나왔지만 그 결과가 뒤집힌 셈이다.
'친이계 좌장'에게 아깝게 패배한 천호선
4.11 총선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와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간 맞대결은 '친이'와 '친노'의 대리전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후보는 '친이계 좌장'으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 실세다. 반면, 천 후보는 참여정부 마지막 대변인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현 정권 4년에 대한 평가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 그런 점에서 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천 후보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 천호선 후보. ⓒ연합뉴스 |
하지만 은평을에서만 4선을 지낸 이재오 후보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천 후보와 평균 5%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벌여왔다. 이 후보가 지역에서 안정적인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지지율은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천호선 후보는 낙선인사를 통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어깨가 무겁고 숨이 막힐 지경이다. 패배를 어떻게 감당해 나가는 것이 책임 있는 것인지 깊게 생각하겠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텃밭, 대구에서 선전한 김부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도 안타까운 인물 중 한 명이다. "대구에서 뼈를 묻겠다"고 선언했지만 두터운 지역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52.8%의 지지율을 받은 새누리당 이한구 후보에게 40.4%의 지지율로 패배했다.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가 명함을 돌리며 '박근혜 당입니다'라고 인사만 해도 당선이 확실시되는 지역이 대구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답변이 70%나 나올 정도다. 이한구 새누리당 후보도 수성구 일대에 내건 현수막에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 이름을 올려 놓았었다.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하는 대구 지역은 민주통합당엔 불모지나 다름없다. 역대 총선에서 민주당 등 반한나라당 정당 후보의 득표율은 3∼5%대였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유시민 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대구 정서를 고려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었다.
유시민 대표는 주호영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반절인 32%를 얻었다. 민주통합당 간판을 걸고 나온 김부겸 후보의 지지율은 이보다 8%포인트 가량 높은 40.4%였다. 정면돌파를 선택한 김부겸 후보의 선택이 더 유의미한 까닭이다. 더구나 김 후보가 대구 지역의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기류 속에서 만들어 낸 득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대구에서 민주통합당의 깃발을 꽂았다면 박근혜 대세론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지역 감정 해소의 실마리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남밸트 한 축인 송파에서 석패한 천정배
서울 송파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천정배 후보도 '지못미'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강남벨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힌다. 탄핵 열풍이 불던 17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계동 후보가 열린우리당 김영술 후보에게 5.6% 격차로 승리했다. 18대 총선에서는 30% 가까운 압도적 차이로 한나라당이 이겼다.
그런데 천정배 후보는 새누리당 유일호 후보에 맞서 3%포인트 가량의 차이로 석패했다. 더욱이 선거는 초반부터 천정배 후보에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인지도에선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천 후보가 앞섰지만 전략공천으로 선거 한 달 전에야 송파을 지역을 공천 받아 조직력에서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한 싱황에서 한 달 만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입장이니 쉽지 않았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 지역 현역 의원인 유일호 후보를 재공천해 지역 내 조직력을 최대 활용했다. 유일호 후보는 새누리당에서 강남밸트 중 유일하게 재공천을 받은 의원이다. 4년 전부터 텃밭을 다진 유 후보와 천 후보 간에는 조직력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천 후보가 예상 외의 선전을 하고도 '강남'의 벽을 다시한번 실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계층 구조 깨기 위해 강남 출마한 정동영, 투표함까지 말썽
공지영 작가,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이른바 강남 좌파가 SNS와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선거를 도왔던 정동영 후보는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 결전을 벌인 강남을 지역구는 투표함 문제로 개표가 한때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진 끝에 패했다.
그의 패배는 한미FTA 전도사인 김종훈 후보를 상대로 한 싸움이었다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 지난 대선에서 패한 뒤 절치부심, 한미FTA, 한진 중공업 사태 등에서 민주당의 진보화를 이끈 중진의 퇴장은 여러모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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