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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투표일, 수학여행을 가야 한다고?"

참정권 보장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민주노총 "투표는 모두의 권리"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김인숙(가명·41) 씨는 올해 총선에도 투표하지 못한다. 법정 공휴일이지만 김 씨는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날도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해야 한다. 회사 동료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나마 오후에 출근하는 사람들은 투표에 참여할 시간이 어느 정도 주어지지만 오전에 출근해야 하는 김 씨 같은 사람들은 투표하기가 쉽지 않다.

회사에서는 출근하기 전에 투표하라고 하지만 여의치 않다. 아이들 챙기고 남편 챙기고 출근해야 하는데, 그러면 투표하러 가기 어렵다.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씨는 "투표 날엔 손님들이 더 많이 마트를 찾는다"며 "투표를 하고 가족단위로 장을 보러 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하지만 우리 같은 비정규직 캐셔들은 투표 날에도 나와서 일해야 한다"며 "법으로 정해진 공휴일도 아무 소용없다"고 밝혔다.

▲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4월 11일 총선날에도 일을 해야 한다. ⓒ노동건강연대

지켜지지 않는 선거 날 공휴일

4월 11일은 19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일이지만 이날 투표소에 가지 못하는 시민은 꽤 될 것으로 예상한다.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정작 노동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에 10년 넘게 다니는 A씨는 "선거 날에 단 한 번도 휴일을 경험하지 못했다"며 "이번 선거날도 출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선거 날 출근한다 해도 거래 업체가 모두 휴무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회사 사장은 항상 출근을 시켰다"며 "직원들의 불만은 크지만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하철공사에서 일하는 B씨는 "서울메트로나 도시철도공사 종사자들은 상황에 따른 몇몇 주간근무자가 투표를 아예 할 수 없다"며 "3조 2교대 직원들은 9시까지 출근이어서 투표할 수 있지만 승무원들은 새벽 첫 근무가 걸리면 투표를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매장에서 근무하는 C씨는 "휴대전화 매장 직원은 모두 정상 출근이다"라며 "매장 특성상 가게 문을 닫는 건 일 년에 딱 두 번 뿐이다. 선거일 때 투표라도 할 수 있게 출근이라도 12시 이후에 할 수 있도록 조절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무시간을 1시간 늦춰 출근하도록 한 사업장도 있었다. 학습지에서 종사하는 D씨는 "선거 당일에 10시까지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평소보다 단 1시간 늦게 출근해야 한다면 투표를 못 하고 출근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 날 수학여행을 떠난다?

민주노총이 '노동자 투표참여 캠페인' 목적으로 4월 3일부터 8일까지 투표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업체 제보를 받은 내용을 공개했다. 위의 내용은 그 중 일부다. 민주노총에 제보된 전화와 이메일은 783건에 달했다.

제보된 사례를 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경우, 직원들은 물론 업주업체들도 투표를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휴무는 하지만 단체 야유회나 수련회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선거 날에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도 있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인천 S고등학교 2학년 전체가 수행여행을 선거 날 떠난다. 경기도에서는 7개 학교에서 수학여행 혹은 수련회를 떠난다. 자율학습을 해 교사가 감독하는 학교도 다섯 군데나 있었다. 조사한 인천, 경기지역 이외에도 이런 사례는 더 있을 것으로 전교조에서는 추측했다.

민주노총은 9일 서울 경영자총연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날 휴가를 보장하지 않을 때,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거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지만 상당수 사업주는 이를 모르거나 관행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투표는 모든 유권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권리이나 실제로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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