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판사 탈락 후폭풍…3년 만에 판사회의 개최

서부지법, 남부지법, 북부지법 등에서 판사회의 예정

'가카 빅엿' 표현으로 논란이 된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 후폭풍이 거세다.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을 계기로 수도권 곳곳에서 판사회의가 열리게 됐다. 판사회의는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건 이후 처음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서부지법과 남부지법, 북부지법과 수원지법까지 판사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회의가 곳곳에서 열릴 경우 서울 중앙지법도 판사회의를 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오는 17일 오후 4시 단독판사회의를 열기로 했다. 서부지법 단독판사 24명중 절반 이상이 이번 판사회의 소집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는 대법원의 연임심사 절차, 근무평정제도의 공정성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서부지법 외에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북부지법, 수원지법 등 서울 및 수도권 법원 소속 일부 법관들도 단독 판사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어 파문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조직법은 각급법원에 사법행정에 관한 자문기관으로 판사회의를 두고 있다. 구성원들이 요구하면 필요할 때 개최할 수 있다.

▲ 14일 전공노 등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을 규탄했다. ⓒ연합뉴스

"판사회의를 통해 제도개선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자"

수원지법 유지원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동료 법관들에게 판사회의 개최를 제의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난 연임심사, 근무평정의 문제점과 제도적 개선을 논의하자"며 "행정처 주도의 제도 개선은 구성원 선정의 투명성에서부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판사회의를 통해 제도개선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유 판사는 "(연임 탈락의)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해 달라. 최소한 사법부 구성원, 판사들과의 소통을 통해 의혹을 해소해 달라"며 일선 판사와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법원 외부에서도 이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1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와 민주노총, 참여연대, 통합진보당 등은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서 판사는 지난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사건 임의배당 및 재판 개입 사태 때 신 전 대법관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한 적이 있다"며 "이번 결정은 양 대법원장과 현 집권세력이 '괘씸죄'를 적용한 보복행위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 판사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소원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16일에는 법률지원단 구성과 소송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을 결정할 예정이다.

서 판사는 이번 대법원의 연임거부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과 법관재임용 및 근무평정 등 관련 규정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