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학교에서 교양교과목으로 개설하려던 <한국사> 강의가 특별한 이유 없이 폐지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사>를 담당한 교수는 이를 두고 심각한 교권 침해라며 진상 규명 조사를 동아대학교 교수협의회에 공개적으로 청원하며 맞서고 있다.
홍순권 동아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최근 학내 게시판에 '동아대학교 학생들은 '한국근대현대사'를 배워서는 안 되는 이유! 알고 계십니까?'라는 글을 통해 <한국사> 폐강은 부조리하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한국사> 강의는 지난 2011년 2학기 교양교과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교양교육원이 전략 교과목이라 하면서 학내 전문 분야 교수에게 해당 교과목의 강의지침서 작성을 의뢰한 것"이라며 "이 과목은 애초 교수들이 요구한 게 아니라 당국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한 교과목이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하지만 2011년 12월 21일 이메일을 통해 행정 당국은 '교양교육원 운영위원회의 결정사항'을 교과목 담당교수 앞으로 통보해왔다"며 "그 내용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관문제를 배제하고자 한국사의 강의 내용을 조선시대까지로 제한한다'며 지시대로 수정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하지만 <한국사> 교과목에서 '근현대사'를 삭제한다는 것은 전문대학은 물론 중등교육과정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교양교육원장의 지시 내용은 학문과 대학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월권적 행위일 뿐 아니라, 대학 교양교육체계를 파탄시키는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교양교육원 결정사항에 대해 그 부당성을 들어 거부하자 행정 당국은 새 학기 교양교과목 <한국사> 개설을 아예 금지해 버렸다"며 "그러면서도 당국 관계자는 부도덕하게도 학교 재정이 무슨 보직자 쌈짓돈인 양, 채택되지도 않은 교과목의 강의지침서 작성비로 2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문까지 보내왔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이번 사태는 외부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번 사태를 주도한 진짜 핵심세력이 학교 당국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며 "외부의 강력한 압력이 없었다면,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역사 전공과는 거리가 먼 일부 보직자들이 이처럼 무모한 일을 저지를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여러 차례 걸쳐 이 일에 개입한 보직교수들의 책임을 묻고, 사태를 주도한 세력이 누구인지를 밝혀 엄벌해 줄 것을 학교 당국에 요구했다"며 "이번 사태를 이대로 덮어두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동아대학교 교양교육원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두고 "아직 뭐라 말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교 측에서 조만간 공식 입장 발표가 있을 예정이니 기다려 달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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