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실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등은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퇴거금지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용역에 의해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재개발 현장 폭력 행위가 사실상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퇴거 금지시기를 명시(일출 전과 일몰 후, 공휴일, 겨울철, 악천후)했다. 원주민 재정착 개념을 도입해 거주민이 개발사업 완료 후 전과 동등한 수준으로 거주하도록 재정착대책의 구체적 내용을 명시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주기 때부터 강제퇴거금지법을 논의해 왔다.
▲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 ⓒ프레시안(허환주) |
이 법을 대표 발의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이 법은 여야를 뛰어넘는 법"이라며 "국민을 위해 국회의원이 됐다면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길 바란다"고 법안 통과를 당부했다. 정 의원은 "18대 국회는 2월 한 달이면 막을 내린다"며 "18대 국회가 국민에게 속죄하는 길은 마지막 개혁 법안인 이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정 의원은 "박근혜 의원이 이 법을 반대하지 않으면 통과된다"며 "99% 서민의 눈물에 무심한 국회가 서민들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민생 법안이 꼭 입법되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개발도 안 하는 곳을 뭐가 그리 급해서…"
용산참사 유가족에게 '용산'은 여진히 현재진행형이다. 망루 위에서 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7명의 철거민이 복역 중이다. 철거민들을 특별사면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당시 용산참사 진압 작전을 펼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4월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시행사 측은 용산 재개발 지역 공사장 임시식당(함바) 운영권을 유가족에게 주기로 합의했지만 현재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생계 수단이 막막한 상황이다. 유가족 중에는 빚을 내서 다시 식당을 운영하는 이도 있다.
용산참사 직전까지 급속하게 진행됐던 용산 4구역 재개발사업은 참사 이후 여러 악재가 겹치며 사업 추진이 지체되고 있다. 재개발조합은 시공사와의 추가분담금 문제로 계약을 해지하고 시공업체를 재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재입찰이 결렬되면서 이달 중 재공고를 낼 예정이다.
고 양회성 부인 김영덕 씨는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나 됐지만 남일당 건물이 있던 곳은 여전히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 무리한 진압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영덕 씨는 "유가족들은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다"며 "더 이상 용산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거민이 쫓겨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고 이상림 부인 전재숙 씨도 "용산참사 현장은 주차장으로 변해 용역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며 "반면, 아무 죄 없는 철거민들은 중형을 받고 복역 중"이라고 비판했다.
조희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공동대표는 "용산참사의 근본원인은 마구잡이식 개발에도 있지만 개발 속에 강제로 철거민을 쫓아내는 것에도 있다"며 "3년 전 강제로 철거민을 퇴거만 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더 이상 용산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런 마음으로 법 제정을 촉구한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길 간곡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18일 저녁 7시 '떠날 수 없는 사람들-또 다른 용산 집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북콘서트를 연다. 19일 저녁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용산참사 3주기 추모대회를 개최한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20일에는 마석모란공원 열사묘역에서 열사추모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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