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2011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의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선정됐다. '엄이도종'(가릴 엄, 귀 이, 훔칠 도, 쇠북 종)은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교수신문>이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교수신문 필진과 일간지 칼럼리스트, 주요 학회장, 교수(협의)회 회장, 교무·기획처장 등 주요 보직교수, 대학원장, 대학신문 주간교수, 정년퇴임한 원로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304명의 응답자 가운데 36.8%가 2011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규정지을 수 있는 사자성어로 엄이도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엄이도종을 올해 사자성어로 추천한 김풍기 강원대 교수는 "한미FTA 문제라든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공격에 대한 의혹 등이 겹쳤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 여론의 향배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생각만 발표하고 나면 그뿐이었다"며 "소통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독단적으로 처리해 놓고 자화자찬 식으로 정당화하면서 국민의 불만에 전혀 유념하지 않는다"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김용찬 순천대 교수는 "선관위 해킹 사건 역시 개인의 단독범행이라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6월과 10월의 두 차례 선거에서 민의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여전히 권력 다툼에 매몰돼 있다"라고 말했다.
최민숙 이화여대 교수는 "올 한 해도 대통령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 매입, 한미 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통과 등의 문제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는데, 아직도 선관위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등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소통 부재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정문현 서원대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 정책 결정권자들이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대학인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일률적인 평가 잣대를 만들어 대학을 무한경쟁의 시장으로 내몰아 가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는 "소통 부재는 현 정부 들어서서 계속 제기되던 문제인데 올해 들어 그 결과들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엄이도종'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문객들을 동원해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에서 유래했다. 춘추시대 범씨가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한 백성이 혼란을 틈타 범씨 집안의 종을 훔치려 했다.
도둑은 종이 너무 커서 쪼개려고 망치로 종을 깼는데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 다른 사람이 올까 봐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다.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주희는 이 일화를 인용하면서 "종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는 짓은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교수신문>은 2010년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 2009년에는 일을 바르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의미의 '방기곡경'(旁岐曲逕)이 각각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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