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원 나눔과미래 사무국장은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명칭과 반대로, 서민 주거안정을 해치는 정책이라는 것.
정부의 방안은 강남 투기과열지구 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중지, 투기과열지구 해제, 분양가상한제 완화 및 폐지 추진, 최저낙찰제 유예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방안이 적용되면 전세난에 허덕이는 서민의 주거문제가 안정될 거라고 판단한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또다시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왜 그런 평가를 하는지 살펴보자.
|
| ▲ 8일, 시민단체는 전날 발표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열었다. ⓒ프레시안(허환주) |
양도세 중과제 폐지가 전세난에 효과?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를 폐지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 폐지가 부동산가격 상승과 전세난에 실효성이 있을 거라고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는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의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조치로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만든 제도다.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집을 팔 때는 양도차익의 60%를, 2주택 보유자의 경우, 50%를 중과세율로 부과하는 걸 골자로 한다.
선진국 중 자신이 살지 않는 집에 대해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때, 불로소득 환수 취지로 임대소득세를 받는 대신 다주택 양도세를 중과세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것을 2번 유예시킨 끝에 이번엔 아예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기가 거주하지도 않는 집을 빚을 내서 여러 채 사들인 뒤, 되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그냥 눈감아주겠다는 이야기와 같다.
김수현 세종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다주택을 가지고 임대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매달 세금을 받지 않는다"라며 "그 대신 주택을 팔 때, 세금을 한 번에 내라는 게 다주택 양도세 중과제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만약 이걸 폐지하려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임대 소득세를 받는 게 맞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화를 외치며 집값 인상된다고 집을 사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가 전세 문제를 해결할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현재 전세금이 오르는 이유가 공급이 적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민간이 집을 여러 채 사서 전세를 놓는다면 공급 부족 문제는 해결되고 이어 전세 문제가 해결된다고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이 집을 살 때, 세금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양도세 중과제를 폐지해준 것이다. 세금 부담이 없어지면 주택을 사려는 민간은 늘어난다는 것. 여기서 문제는 민간, 즉 투자자들이 다주택을 보유할 것이냐에 있다. 투자자들이 집을 사는 건, 집값이 오르리라 예상하고 그 시세 차익을 노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간 여러 차례 집값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제 폐지를 통한 공급 확대 방안은 민간에게 집값이 오를 테니 집을 사라는 의미와 같다.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 구조상, 집값이 오를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유럽발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이 집을 구매하기는 요원하다.
설사, 민간이 정부정책에 호응해 임대용 소형주택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면 전세 물량은 일정 부분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이에 따라 소형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결국 서민-중산층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인기 아파트 분양가 상승 불가피
이번에 발표된 내용 중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문제다. 정부는 주택 건설에 사용된 비용이 분양가에 합리적으로 방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주택법 하위 법령을 대폭 정비해 분양가를 현실화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이야기다.
분양가 상한제는 새 아파트 분양가 상한선을 법령으로 규제하는 제도다. 실수요자들이 싼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취지로 2007년 9월 도입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서울과 수도권의 인기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이 민주당 등 야당 반대로 국회통과가 여의치 않자 정부가 시행령 등을 개정해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우회 전략을 택한 것이다.
| "또다시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 8일 참여연대, 토지정의시민연대 등은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7 부동산대책을 철회하고 서민 주거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우리 사회는 극심한 전세난으로 유목민처럼 떠도는 '전세유민'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집 부자들을 부추겨 또다시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시민단체에서는 전세난 완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단기적으로는 임차인들에게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촉구해 왔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