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원순 '파격' 취임식…"이렇게 감동적이어도 되나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원순 '파격' 취임식…"이렇게 감동적이어도 되나요?"

박원순 시장, 역대 최초로 온라인 취임식 진행

"서울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순 시장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죠."

박원순 서울특별시 시장은 두 팔로 머리 위에 하트 모양을 만들며 웃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온라인 취임식에 함께 해준 서울시민 여러분을 환영한다"며 "아마도 세계 최초 온라인 취임식이 아닌가 싶다"고 말하며 자신의 집무실 안내를 시작했다.

연일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 16일, 또 한 번 파격 행보를 보였다. 서울특별시 35대 서울시장 취임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한 것.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취임식은 서울시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만 아니라 네이버, 다음팟, 판도라 TV 등에서 생중계로 진행됐다.

자치단체장이 취임식을 자신의 집무실에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 40여 분 동안 진행된 취임식은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직접 진행했다. 박원순 시장은 예산 절감 및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온라인 취임식을 준비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7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규모로 취임식을 진행했었다.

▲ 취임식에서 자신의 집무실을 설명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 ⓒ서울시

시민과의 소통 강조한 서울시장 취임식

"집 걱정 없이, 전세금 걱정없이 결혼할 수 있게 해주세요"
"학교 급식에 과일을 더 자주 넣어주세요."
"아이를 낳으면 기르기가 어려워요."


박원순 시장이 온라인 취임식에서 강조한 것은 '시민과의 소통'이었다. 박 시장은 자신의 집무실에 설치된 벽보판을 가리키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선거기간 중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바람을 포스트에 붙여줬다"며 "시간이 될 때마다 여기에 붙은 시민들의 글을 보면서 시민들의 간절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벽보판이 있는 자리는 서울시 현황판이 있던 곳이다.

박 시장은 집무실에 마련된 고급의자를 가리키며 "이것은 시민시장 의자"라며 "집무를 보거나 회의를 할 때마다 시민이 앉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늘 시민의 뜻과 마음을 가슴에 헤아린다는 각오의 상징"이라며 "틈이 나면 '1일 시장'을 모셔서, 의정 과정을 다 보여주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독일이 통일하면서 수도를 옮긴 과정을 설명한 책을 소개하며 박 시장은 "독일이 통일을 하면서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겼다"며 "이건 누구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토론 끝에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시정은 수많은 회의를 거쳐 가장 상식적인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그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시장으로 취임한 첫날부터 직원을 불러 모든 걸 기록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 지하철을 세계 최고의 지하철로 만들겠다"

박 시장은 서울의 지하철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박 시장은 "과거 전 세계 도시를 다니며 어떻게 하면 우리 서울 지하철이 좋아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베를린, 동경 등의 지하철을 보면서 안전하고 쾌적한 지하철이 시민에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희망제작소 재직 시절, '지하철 높낮이 손잡이'를 서울 지하철에 도입시키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지하철과 관련해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며 "아직 지하철 간부를 만나지 못해 보여주진 못했지만, 시장이 됐으니 앞으로 서울의 지하철을 세계 최고의 지하철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시민단체 시절부터 '일중독'으로 유명한 박원순 시장은 "쉬면서 일을 해야 창조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며 완급 조절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시장이 잠을 자고 씻을 수 있도록 한 공간을 소개하며 "격무에 시달리는 시장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며 "여기서 자면서 일을 하면 좋겠지만 공무원들이 그러면 제대로 쉴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공무원들을 생각해서 땅굴을 파고 이곳에 들어오는 것도 고민했다"며 "하지만 시장도 쉬어야 창조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가능하면 이 침실은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앞서 박 시장은 시장 비서진을 소개하며 "다들 시장 비서하기 힘들 것"이라며 "얼굴에서 잠을 못 잔 게 보인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앞으로 (늦게까지 집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을) 개선하겠다. 일찍 들어 가겠다"고도 말했다.

"사람 냄새 나는 서울을 만들겠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사에서 "심해지는 전세난, 줄어가는 일자리, 시름이 깊어가는 재래시장과 골목상권 등 모두가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취임식이냐 스스로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금 서울이 당면한 문제가 간단하거나 녹녹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많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인정하는 게 해법을 찾는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무엇보다 복지 시장이 되겠다"며 "강남북, 어디에 살든 균등한 삶의 질,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람 냄새 나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친환경무상급식에 이어 국공립보육시설의 확대, 여성과 장애인의 지위 개선, 시니어의 보호와 일자리 제공은 더 이상 개인에게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복지는 공짜도 아니고 낭비도 아니다"라며 "복지는 인간에 대한 가장 높은 이율의 저축이며, 미래에 대한 최고수익의 투자"라고 언급했다. 박 시장은 "복지냐, 성장이냐의 이분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지난 10여 년 동안 오히려 복지가 성장을 견인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생태 그대로의 자연이 숨 쉬는 도시, 역사의 향기와 삶의 추억들이 되살아나는 고향 같은 서울을 꿈꾼다"며 "서울호가 나아갈 이 새로운 역사의 물결에 함께 하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누리꾼 "취임식이 원래 이렇게 감동적인 건가요?"

파격적인 취임식을 두고 반응은 뜨겁다.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인터넷 방송을 통한 취임식은 역사적으로 처음"이라며 "와서 보니 방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허 의장은 "시장의 마음에 시민의 마음이 담아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시민을 향해 힘차게 가길 바란다"고 축하의 말을 건냈다.

취임식을 생중계한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현재(오후 12시 30분) 2341개의 댓글이 달렸다. 최지영 씨는 "시장 취임식이 원래 이렇게 감동적인 것인가요"라며 "서울 시민인 것이 요즘처럼 자랑스럽고 뿌듯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현이 씨는 "신선한 취임식 감사했다"며 "취임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듯싶다"고 평가했다. 김지현 씨는 "취임식 중계를 늦어서 보지 못했다"며 재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