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평가에서 추계예술대학교 및 예술계열 정원 비중이 높은 대학이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부실대학으로 선정했다. 또한 동국대 문예창작학과의 경우, 국문학과로 통폐합시켰다. 학내구성원은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문창과가 구조조정 됐다고 판단한다.
예술분야 취업생은 취업을 해도 프리랜서가 많아 직장건보가입자만 반영하는 취업률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예술대 구성원들은 예술대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채 정해진 취업률 기준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부실대학을 선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견해다.
"예술을 취업률로 평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종합예술대학 총학생회, 부산대 예술대 학생회 등 9개 대학교 학생회로 구성된 예술계열대학생연합은 24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계열을 취업률로 평가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취업률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즉시 재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다섯 달 동안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재학생 4명이 연이어 목숨을 끊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며 "예대생은 몰아치는 과도한 경쟁 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의 암담함에 메말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예술계열 대학생들은 최고액의 등록금을 부담함은 물론, 교과과정에 필요한 실습을 위해 개인부담 실습비 부담 또한 크다"며 "등록금 마련을 못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친구들이 속출하는 가슴 저미는 일들이 벌어지는 지금, 정부는 되레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부실대학으로 선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의 취업률 잣대 압박은 대학 자체 구조조정을 추동하고 있고 어느 대학이든 정원감축 또는 폐과 1순위는 예술계열"이라며 "대학에서 돈이 아닌 제대로 된 교육과 예술의 가치라 설 수 있도록 예대생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랑스런 학교가 하루아침에 내게 아킬레스건이 됐다"
이현정 추계예술대 학생은 자신의 대학이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것을 두고 "그간 예술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온 학교라는 자부심 하나로 다녔던 학교인데 부실대학으로 선정되면서 이 모든 게 사라졌다"며 "40년의 역사와 명예가 순식간에 산산 조각났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현정 씨는 "앞으로 좋든 싫든 부실대학으로 선정된건 두고두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 될 것"이라며 졸업 후 예술활동을 하면, 출신학교를 중요시 하는 한국사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자랑스런 학교가 하루아침에 내게 아킬레스건이 되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씨는 "부실대학에 선정된 것에서 재학생도, 졸업생도 피해갈 수 없다"며 "피해는 당장 드러나진 않지만 앞으로 우리들이 겪어 나갈 일들이다"고 설명했다.
교과부가 추계예술대를 부실대학에 선정하면서 내년 신입생의 30%는 학자금융자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노선아 추계예술대 학생은 "재학생의 경우, 학자금을 신청할 수 있지만 신입생은 그렇지 못한다"며 "이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우리학교에 들어오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수 동국대학교 예술대 학생은 "문예창작학과가 통폐합된다는 소식이 있은 뒤, 예술대 안에서는 언제 과가 없어질지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문창과 문제는 문창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대, 그리고 동국대 전체의 문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소연 예대련 의장은 "대학 곳곳에서 예술대가 통폐합되거나 구조조정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예술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점수 매기는 지금의 사회가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 의장은 "새내기들은 음악이 너무 좋아서 예술대를 왔지만 정작 지금의 분위기에 좌절하고 분노한다"며 "지금은 예술대가 구조조정 1순위이지만 인문대, 자연과학대도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다. 이들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31일 '후마니타스 토크파티' 개최
취업률 평가폐지 운동본부는 오는 31일 예술인 선배와 교수, 학생들이 함께 모여 한예종 학생들의 잇단 자살 문제와 취업 문제, 예술 분야의 경쟁적 교과 과정, 비싼 등록금과 실습비 등을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후마니타스 토크파티'를 마련한다.
또 운동본부는 피해 사례를 모아 예술대 취업률 평가 기준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예술대 취업률 평가 폐지'를 2012년도 예술대 학생회 선거 공동 공약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 예술 전공 학생들의 연습 장면.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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