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자유민주당(가칭) 창당 발기인 일동은 2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고 이념과 지역의 갈등으로 피로에 지친 국민에게 새로운 가치와 희망을 심어 주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창당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창당 취지문을 통해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음에도 우리 기독교는 기독교 전래 당시부터 정교분리 원칙의 본래 참뜻이 와전돼 지난 120년 동안 기독교가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에 기독교인이 국가발전을 위한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를 타파하고 위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나라를 사랑하는 기독교인이 뜻을 같이해 기독자유민주당을 창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요 정책으로 "△일률적 무료 분배 사회주의적 복지주의 배격 △대학 졸업자에게 창업자금 무상대여 방안 강구 △지역 갈등 해소를 위한 국회의원 교체 활당제 도입 △미국과의 동맹관계 재점검 보완 △스쿠크법(이슬람채권법), 동성연애법, 자연공원법 적극 저지 및 반대" 등을 내세웠다. 동성애를 인정하는 법이나 이슬람채권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쉽게 이해가 된다. 자연공원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사찰이 대부분 산에 있다는 점 때문에 불교계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의 종인 이승만 장로가 이 나라를 세웠다"
▲ 전광훈 목사. ⓒ뉴시스 |
이번에 창당한 기독자유민주당은 전광훈 목사와 장경동 목사(대전중문침례교회)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김홍도 목사(금란교회 동사목사), 길자연 목사(한기총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한기총 직전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국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에서 만든 정당이다.
이날 축사를 진행한 최병두 목사(운동본부 대표회장)는 정당을 만든 이유를 모두 "하나님의 뜻"으로 돌렸다.
최 목사는 "하나님이 보우하사 일본의 쇠사슬에서 우리가 해방됐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종인 이승만 대통령 장로님이 이 나라를 세웠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그간 성도들은 이 나라 어느 백성보다 더 기도하며 주님에게 매달렸다"며 "하지만 오늘날 돌아볼 때, 기도만 해서는 되지 않음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범을 잡으려면 범의 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이젠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 국회에 들어가 주의 영광을 찾아야 한다"고 창당 배경을 설명했다.
최 목사는 "우리가 정당을 만든 이유는 우리의 권리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바로 세우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절실한 종들이 국회로 들어가 하나님의 뜻 안에서 아름다운 역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나님의 친구인 조용기"…"5만 표만 더 받으면 국회의원 나올 수 있다"
창당 핵심 인물인 전광훈 목사는 "4년 전 기독교 정당을 만들 때는 조용기 목사 등 교회 원로 목사들이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다"며 "교회가 정당을 만든다는 게 걱정이 됐으나 하나님의 친구인 조용기 목사가 명령하는데 달리 도리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전 목사는 "지시였기는 했지만 당시 열심히 했고 그 결과 45만 명이 기독교 정당을 지지해줬다"며 "5만 표만 더 있었으면 국회의원도 배출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는 "물론 교회 일부에선 기독교 정당을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한다"며 "하지만 5만 표만 더 받으면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는 현실에서 그런 비판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4년 한국기독당은 1.1%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고, 2008년에는 보다 선전했으나 2.59%(44만여 표)를 득표하면서 역시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교계 원로들이 뒤늦게서야 지지를 표명하는 등 전폭적인 선거운동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비례대표 의석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 3%에 0.41% 못 미친 지지를 얻었다는 것은, 차기 총선에 기대를 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전 목사가 이번에도 기독교 정당을 만든 이유다.
"도피처를 마련코자 정당 설립 추진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하지만 기독교 정당 창립을 두고 교내에서는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유석성 서울신학대학 총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일부 목회자들이 안전판이나 도피처를 마련코자 선거 때마다 정당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되레 유 총장은 "경제 발전과 함께 교회 성장은 한국 교회의 이데올로기가 돼버렸다"며 "신자들만 모으면 무엇이든 합리화되고 정당화된 지금의 교회에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교회의 자성을 촉구했다.
실제 이번 기독교 정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인물 중 김홍도 목사는 교회 돈을 개인이 썼다는 배임횡령죄로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기도 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목사는 가족 간 권력 다툼 및 파벌 싸움으로 고소·고발까지 진행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급기야는 무릎을 꿇고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는 그간 성희롱적 발언과 노골적인 한나라당 지지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지난 2005년에는 "(이 성도가 내 성도가 됐는지 알아보려면) '빤스 내려라' 이렇게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라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래목회포럼도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독교 정당의 출현을 반대한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교회 전체가 스스로 십자가 정신으로 돌아가 자기를 부정하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다"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남수 한국종교연합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교지도자가 잘못되는 사회현상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정치를 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다면 성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정치인이나 종교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각자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특정 종교나 성직자들은 정치세력화의 목적을 둔 활동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전광훈 목사 측이 2016년 4월 6일 법률사무소를 통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관련 발언은 전 목사가 2005년 1월 19일 대구 서현교회에서 개최된 청교도영성훈련 집회에서 목사 1400명과 목사 부인 600-700명을 상대로 강연한 발언의 취지가 악의적으로 왜곡 유포된 결과입니다. 그 자리에서 전 목사는 "과거에 어느 목사 같지 않은 목사가 여신도와 간통을 한 혐의로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성직자가 왜 이런 행위를 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여신도가 유혹해서 그렇게 되었고 자기도 피해자라고 변명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는데, 이는 목사가 두 번 죄를 짓는 것이고 성도에게 책임을 돌리면 안 되는 것이다"라고 비판하였습니다.
본보가 인용한 <뉴스앤조이> 보도 발언은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 특정 발언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라는 게 전 목사의 주장입니다.
또 위 발언이 문제가 되자, 발언 당시 청교도영성훈련원에서 전 목사의 강연을 들었던 출입기자 40여 명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 간 진상조사를 한 결과, 전 목사의 발언은 "성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예화와 풍자로 설명한 것"이며, <뉴스앤조이> 기사에 대해 "진보언론으로 분류되고 있는 언론매체가 극우 성향의 전 목사에게 도덕적으로 상처를 입히기 위해 기획, 연출한 언론 폭력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러나 <뉴스앤조이>는 관련 기사와 해당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시인하는 전 목사의 인터뷰 등 후속보도를 여전히 게재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청교도영성훈련원 엽기 외설 강연 '물의', "내가 이단이면 한국 목사 90%가 이단이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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