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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부쉈다. 새벽에 들이닥쳐 사람을 짐짝처럼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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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부쉈다. 새벽에 들이닥쳐 사람을 짐짝처럼 끌어냈다"

[현장] 3일 새벽, 명동 3구역 카페 '마리'에서 세입자 끌려나와

명동 3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끊임없이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건물을 철거하려는 철거 용역 직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세입자와 학생 간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18일에는 철거업체에서 세입자가 농성 중인 카페 '마리' 옆 건물 철거를 위해 굴착기 진입을 시도하다 마찰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 한 명이 다리에 부상을 당하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3일 새벽에는 농성장 '마리'에 용역 직원이 들어와 잠을 자고 있던 세입자 등을 농성장 밖으로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농성장 안에 있던 집기와 악기 등이 부서졌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카페 '마리'에선 용역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입자 등이 다시 '마리'에 들어와 농성을 벌이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세입자와 학생은 '마리' 입구에서 연좌하고 용역 직원과 대치 중이다.

-명동 '마리'는?

홍대에 이은 명동의 '눈물'…'커피점 '마리'를 아시나요?'
평범한 그들은 왜 싸움꾼이 돼야 했나?

▲ 용역 직원들에게 쫓겨난 뒤 '마리' 입구에서 농성 중인 세입자. ⓒ프레시안(최형락)

"협상하자고 해놓고 새벽에 우리를 쫓아냈다"

세입자 이재성(46) 씨는 "새벽 5시 10분께 옛 중앙극장 앞에 관광버스 3~4대가 서더니 하얀 티를 입은 용역 직원들이 나왔다"며 "농성장에는 약 20명의 사람이 있었지만 100명이 넘는 용역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끌려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씨는 "문제는 전날 구청장 입회하에 세입자 측과 시행사 측이 문제를 풀어보자고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이라며 "이번 주 금요일에 다시 만나서 본격적인 협상에 임하자고 해놓고 이렇게 새벽에 우리를 밀어냈다"고 분노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그간 대책위와 시행사 간에는 두 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서로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하고 협상은 결렬됐다. 그러자 구청에서 중재에 나섰다.

명동3구역 세입자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에 카페 '마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대와 사랑으로 일궈낸 시민의 문화공간이었던 카페 '마리'가 오늘 거의 다 부서졌다"며 "백 명도 넘는 용역이 새벽에 들이닥쳐 주민을 짐짝처럼 끌어내고 폭행과 폭언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할아버지뻘 되는 세입자들에게 폭설과 욕을 퍼부었고, 여성들에겐 입에 담지 못할 성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했다"며 "이들은 우리를 계속 협박하고 억압하지만 계속 농성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철거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불법적으로 하는 일은 없다"며 "철거를 하면서도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불법을 한 게 아니라 농성하는 사람들이 불법을 벌이고 있다"며 "대통령이 와도 철거는 반드시 할 것이다"고 밝혔다.

카페 '마리'는 명동의 '두리반'이라고도 불린다.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으로 선정된 명동성당 맞은편 일대, 명동 3구역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지난 6월 14일부터 옛 중앙극장 옆 커피점 '마리'를 점거하고 농성을 해 왔다. 세입자에 대한 합리적인 이주대책 없이 진행되는 재개발, 재건축에 반대하는 농성이다. 과거 용산에서, 또 홍대 앞 '두리반'에서 겪었던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 지난 7월 18일 굴착기가 들어오려 하자 이를 막으려 바리케이트를 짜고 있는 명동 3구역 세입자와 학생. ⓒ프레시안(허환주)

▲ 18일 용역 직원과 세입자 등은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 한 명이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프레시안(허환주)

▲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새벽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있는 세입자 대책위. 이날 용역 직원들이 농성장에 들어와 기타 등이 부서졌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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