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85호 크레인 중간 지점에서 열흘 동안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성호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85호 크레인 중간 지점에는 총 6명의 노동자들이 남아있다.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휴대전화 배터리도 용역들에 일일이 제재를 당하는 상태였다. 거의 남지 않은 잔여 배터리로 짧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씨는 "현재 크레인 밑에는 60여 명의 용역들이 배치돼 있다"며 "이들은 일반 조합원이나 기타의 사람들이 크레인에 접근하는 걸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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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고립됐다는 생각이 든다"
박 씨는 "노조 간부들만이 우리에게 밥을 주기 위해 겨우 접근할 뿐"이라며 "철저히 고립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박 씨에 따르면 현재 타워크레인에는 밥과 물을 제외하고는 일체 아무것도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용역들이 철저히 검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도 끊겨 DMB 뉴스도 보지 못해 한진중공업 관련해서 어떠한 소식도 접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계속 비가 내려 조합원 몇 명은 심한 감기 몸살을 앓고 있다. 텐트를 설치했지만 나머지 공간에 있는 조합원들은 비를 고스란히 맞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사측은 지속적으로 크레인 농성자 해산을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용역 직원들이 크레인 주변에 그물망 설치를 시도했다. 강제 진압 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등이 추락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박 씨는 "5일에는 지게차, 크레인 등을 동원해 용역 직원들이 그물망을 설치하려 했다"며 "이 과정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철수를 하지 않으면 뛰어 내리겠다며 크레인 난간에 서 있기도 했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박 씨는 "결국 용역 직원들은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물망을 설치하고 강제로 우리를 진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희망버스가 문제 푸는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밤에는 잠자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게 없어요. 조선소 불빛을 보며 잠을 자는 거죠."
박 씨는 "여기서 농성을 하는 게 힘들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며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들로 인해 내부적 힘이 분산됐다고 느낄 때"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회사는 복귀한 조합원들을 구사대로 만들어 해고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는 조합원들을 막는 데 쓰고 있다"며 "이런 행동을 하는 게 회사의 본색인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고립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공장 밖에서 해고 노동자들이 투쟁을 한다고 하지만 힘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고 고백했다. 박 씨는 "그나마 기대를 거는 건 9일 오는 희망버스"라며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와, 우리의 문제를 푸는 단초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걸 믿으며 이곳에서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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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연대로 문제 해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박 씨가 기다리는 희망버스는 9일 전국 각지에서 출발해 당일 저녁 7시 부산역에 도착한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가수 박혜경, 3호선 버터플라이 등이 참여하는 희망 콘서트를 연다. 이어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까지 거리행진을 한 뒤, 조선소에서 집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희망버스에는 장애인, 대학생, 홍대 인디뮤지션, 쌍용자동차 노동자, 유성기업 노동자 등 1만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한다.
희망버스 기획을 맡은 송경동 시인은 6일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차 희망버스 때 참가한 사람들에게 경찰은 소환장을 보내고 있다"며 "이미 백기완 소장, 문정현 신부 등에게도 소환장을 보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알려진 바로는 부산 영도경찰서는 희망버스 참석자 중 104명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송경동 시인은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희망버스는 한진 노동자만을 위한 버스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담은 버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경동 시인은 "이번 한 번의 연대로 한진중공업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상황을 지켜보면서 계속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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