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여학생을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는 이유로 교수를 해임한 문화재청 산하 한국전통문화학교가 논란에 휩싸였다. 해임된 교수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법적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지난 해 2월 한국전통문화학교를 졸업한 학생 이 모(37)씨는 같은 해 12월께 문화재청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학교 김호석(54) 전통공예학과 교수가 2008년 2학기부터 2010년까지 약 1년 반 동안 실습실 등에서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탄원서 내용에 따르면 김 교수는 강의 시간에 여학생들에게 "가슴 밑에 볼펜을 끼워봐서 떨어지면 아직 젊은 것이고, 안 떨어지면 늙어서 가슴이 쳐진 것이다", "너는 눈썹이 그렇게 까만데 겨털도 그렇게 까마냐" 등의 발언을 했다.
문화재청은 탄원서 접수 이후 3개월 동안 감사를 진행했고, 지난 2월 22일 그 결과를 학교에 통보했다. 학교는 지난 4월 15일에 징계위원회를 열고 김 교수의 해명을 한 차례 들은 뒤 5월 4일 해임 결정을 내렸다.
"학생들 대상으로 성희롱 한 적 없다"
해임을 당한 당사자인 김호석 교수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호석 교수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탄원서에 나온 성희롱 발언을 두고 "상당부분이 왜곡된 것들이며 일부분은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좀 더 이해를 시키기 위해 했던 발언들"이라며 "그것을 앞뒤는 다 자르고 특정 부분만을 이야기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례로 '볼펜 발언'을 두고는 "전체 학생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가슴에 대한 해부학적·미학적 기본 지식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정리한 말"이라며 "어느 특정 사람을 지칭해 말했다는 건 억지"라고 설명했다.
당시 수업을 들었던 다른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김 교수는 '주부들이 보는 방송 같은 곳에서 가슴의 탄력성을 자가 체크하는 방법으로 볼펜을 끼워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려진 그림에서는 오로지 시각에 의해서 판단하게 된다. 물방울이 맺힌 형태를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되 현실성에 부합하게끔 표현해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동석한 조춘자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도 "미술 교육, 특히 인물화에서는 신체를 언급하는 일이 많다"며 "김 교수가 한 말이 문제가 된다면 미술 교육 과정에서 하는 말들은 모두 성희롱 발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하지만 문화재청의 감사와 학교 측 해임 결정은 탄원서 내용만을 받아들여 결정됐다"며 "내 수업을 들은 학생의 대부분은 조사도 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한 채 감사가 진행됐고 탄원서를 낸 사람의 동조집단 의견만이 사실로 채택됐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한 문화재청의 감사는 전문 감사관이 한 게 아니라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 한 것"이라며 "이런 사람이 한 감사를 어떻게 정식 감사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그나마 객관성이 훼손된 감사조사 결과에서도 탄원 제기자의 주장 142가지 중 13가지만이 징계사유로 채택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해임에는 배후 세력이 있다"
김 교수는 해임 처분을 두고도 "학교는 정직과 견책, 두 가지 징계를 내리며 공무원법에는 서로 관련 없는 둘 이상의 비위가 경합하는 경우, 정직의 1단계 위인 강등으로 의결해야 하나 교육 공무원은 강등이라는 징계유형이 없어 해임으로 상향조정해 가중 처벌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는 교육 공무원을 일반 공무원보다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대우해 평등원칙에 반하고, 행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것으로 비례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 해임에 "배후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복 초상화 제작, 울산 반구대 암각화 살리기 운동 등을 통해 문화재청과 마찰을 빚어왔다"며 "이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는데 그것의 결과가 이런 해임으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해임이 교권 침해라며 교원징계심사소청을 교육과학기술부에 냈고, 동시에 법원에 해임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탄원서를 제출한 이 모 씨를 상대로는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편 이 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전통회화 전공 강사진 일동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김 교수의 해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행정력에 의한 최악의 교권침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김 교수 학과 학생 22명 중 19명이 김 교수의 해임 처분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학교 측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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