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 씨가 '바다이야기'의 관계회사 우전시스텍에 등기이사로 재직하다 지난 달 퇴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아직은 단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즉각 이 사건이 '권력형 비리'라며 대정부 공세를 펼친 반면 민주노동당은 "무분별한 정치공세를 경계한다"며 한발 떨어진 자세를 취했다.
우리 "감사원 조사 지켜보자…'무조건 청문회'는 불가"
우리당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지난 19일 "'바다이야기'가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비리나 부정에 연루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감사원이 감사한다고 하니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심의에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개연성이 없다면 우리가 국정조사나 청문회에 응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우리당 문광위 간사인 김재홍 의원도 "문제가 불거지기만 하면 무조건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주장하는 야당의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불법행위나 행정상 문제가 있다면 수사기관이나 감사원이 먼저 나서는 게 순서"라고 엄호했다.
한나라 "정권 최대의 게이트", 민주 "온 나라가 정권의 오락실"
하지만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20일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정권 최대의 게이트로 규정한다"며 "감사원과 검찰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국회 차원에서도 모든 방법을 통해 진상을 파헤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유 대변인은 "이번 청와대의 해명이 감사원 감사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것을 경계한다"며 "감사 결과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귀결된다면 한나라당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도 19일 "권력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며 "미심쩍은 심의통과 과정과 현 정권인사들의 관련설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 조카까지 등장하면서 국민들은 이 바다이야기에 권력의 그림자가 짙고도 길게 드리워져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부대변인은 "이런 일 때문에 항간에서 온 나라를 정권의 오락실쯤으로 생각하느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공을 폈다.
민노 "무분별한 정치공세 난무"…임시국회 제대로 되려나
반면 민주노동당 정호진 부대변인은 20일 "최근 유진룡 전 차관의 경질 의혹부터 바다이야기 문제까지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무분별한 정치공세가 난무하고 있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정 부대변인은 "내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될 텐데 우선 정확한 사실관계부터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21일 임시국회가 개회됨에 따라 각 상임위에서는 '바다이야기'와 관련된 야당의 치열한 공세와 여당의 방어전선이 형성될 전망이다.
다만 야당에서도 '카더라'나 언론에 보도된 것 외에 특별한 무기를 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지리한 말싸움으로 점철될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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