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3색 화살표 신호등을 확대 설치하는 계획을 보류한다"며 "시간을 갖고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경찰이 2년간 준비한 3색 화살표 신호등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경찰 행정의 신뢰성에 흠이 될 수도 있지만 겸허히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조 청장은 국민들이 3색 신호등을 반대하는 이유를 두고 "이때까지 불편 없이 해왔는데 왜 건드리려고 그러느냐는 정서가 크지 않나 싶다"며 "멀쩡한 신호등을 왜 돈을 들여 바꾸느냐에 대한 반감도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우리가 국민을 가르치려 들고 억지로 내가 옳으니 나를 믿고 따라 오라 이런 식 정책 추진은 무리가 있다"며 "국민들 여론이 성숙되면, 그게 1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억지로 끌고 가거나 무리하게 삼색 신호등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장기 과제로 시행을 보류할 것임을 밝혔다.
▲ 20일부터 도심 주요 교차로의 신호등이 기존 4색등에서 3색등으로 바뀌었다. 새 신호등은 왼쪽부터 '빨간색-노란색-녹색 좌회전-녹색 직진' 순서로 배치된 기존 신호등과 달리 '빨간색-노란색-녹색'의 3색등이 직진 차로와 좌회전 차로에 각각 설치됐다. ⓒ연합뉴스 |
조현오 "좋은 정책이지만 홍보 안 됐다"
이로서 현재 서울 도심 11곳에서 시행하고 있는 3색 신호등 시범 운영도 중단된다. 조 청장의 말처럼 3색 신호등 도입 보류는 국민 여론에 대한 부담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삼색 신호등과 관련해 국제표준과 부합하고 차로별 명확한 신호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소통과 사고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해왔다.
하지만 바뀐 신호체계가 운전자에게 혼란을 준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급기야 지난 7일 삼색 신호등이 설치된 서울시 중구 시청 앞 교차로에서 김모 씨의 승용차가 주모 씨의 승용차와 부딪치며 주 씨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바뀐 신호체계를 착각해서 발생한 사고는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김 씨는 좌회전 금지를 표시하는 빨간 화살표 신호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주 씨의 승용차와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 바뀐 3색 신호등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인 셈이다.
지난 13일 경찰청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표본 집단으로 선정한 시민 방청객 96명을 대상으로 삼색 신호등 도입 찬반 토론을 듣게 한 뒤 의견을 물어봤으나 결과는 찬성 48명, 반대 47명, 무응답 1명 등으로 집계됐다. 조 청장은 3색 신호등과 관련,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이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현오 청장은 "국민의 거부감이 상당한 것 같다. 13일 개최한 공청회보다 더 좋은 홍보환경은 없었는데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이 절반이고 현재 진행 중인 포털 사이트 여론조사에서도 90% 가까이 반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청장은 "좋은 정책이지만 초기 홍보가 제대로 안 됐다"며 "많은 국민이 선입견을 품고 있어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더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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