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지난 달 수해 때 골프 외유를 즐긴 이호웅 의원 등 인천지역 의원 4명에 대해 극히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홍문종 전 경기도당 위원장의 수해 골프 때 맹공을 가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이러한 행태에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이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골프 4인방 "반성, 죄송, 실망…"
지난 달 집중호우 당시 태국으로 건너가 골프, 마사지 등을 즐긴 사실이 지역 시민단체의 폭로로 뒤늦게 알려진 신학용, 안영근, 이호웅, 한광원 의원은 지난 10일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이호웅 의원은 "이번 일이 수해로 인해 시름과 고통에 잠겨 있는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 을 금할 길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국민을 실망시킨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지만 다른 의원들은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다.
더욱이 당사자들의 사과성명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도 전에 이뤄진 것이라 자숙해야 할 사람들이 자신의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지도부 "엄중처벌", 당내 일각 "음모"…한나라당과 닮은꼴
우리당 지도부는 이 문제가 지난 1일 인천 지역시민단체의 폭로로 공개되자마자 '즉각적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공언했다.
김근태 당의장은 지난 2일 "외유 골프를 쳤던 의원들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의 진상조사를 통해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사무부총장도 지난 4일 "(이들이) 수해 사실을 알고도 골프를 치러 갔는지, 동행한 기업인과의 부적절한 유착은 없었는지를 중심으로 진상조사에 나설 것"이라며 "조사결과 문제가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7일로 예정되었던 우리당 윤리위원회는 소속 위원들 간의 일정조율 문제로 지난 9일에야 처음으로 열렸다. 윤리위원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7일에 가보니 사람이 없어서 회의를 못 열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문제가 알려진 직후에만 '신속한 조사와 징계'를 언급했을 뿐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건설업자와 동행했던 사실, 골프뿐 아니라 마사지를 받았던 사실 등이 추가폭로를 통해 속속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내부 고발자가 있었다는데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때 골프를 친 팀이 그 팀뿐이냐"는 '음모론'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이명박계가 기획한 사건이다'는 음모론이 터져 나왔던 한나라당 수해골프와 닮은 꼴이다.
결국 우리당 윤리위는 "오는 14일까지 당사자들에 대한 제재조치를 결정한다"고 밝혔지만 윤리위원들은 언론과 접촉도 꺼리는 등 극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자살골 정치 언제까지 두고볼까
상황이 역전되자 한나라당이 기세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홍 전 위원장 사태가 터졌을 때 이틀 만에 징계를 결정했다"며 "그때는 비난을 퍼붓더니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못한 여당을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서로 일 잘하기 경쟁을 해서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자살골만 기다리고 있다가 반사이익을 노리는 후진적 정치행태에 여야가 따로 없음이 드러난 셈이다.
전체댓글 0